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11일 의원직 사퇴와 정계 은퇴 불사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경선 룰을 놓고 대립하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압박강도를 최고조로 높인 셈이다. 그러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 전 대표측의 냉담한 반응 때문이다.
강 대표의 심경은 “내가 옆집 똥개도 아니고, 더 이상 구질구질하게 안 하겠다”는 말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에게 더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것이다.
나경원 대변인은 “4ㆍ25 재보선 이후 당 쇄신안을 내놓았을 때는 이 전 시장측이 흔들고, 경선 룰 중재안을 제시했을 때에는 박 전 대표측에서 흔들지 않았느냐”며 “강 대표가 양 캠프에 모두 섭섭함을 느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특히 중재안에 대해 박 전 대표가 위헌 소지, 반(反) 민주성 등을 지적하면서 “다 어그러졌다. 기가 막히다”, “이런 식으로 하면 경선도 없다”고 연일 직격탄을 날리자 주변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박 전 대표의 지지를 받아 대표직에 오른 강 대표가 경선 룰 논란 과정에서 이 전 시장 편으로 돌아섰다’는 언론 보도에도 자극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한편에선 강 대표가 위기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선공(先攻)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전 대표측 반발로 중재안이 무산될 경우 강 대표는 어차피 대표직 유지가 어렵다.
그때 가서 사퇴 요구에 직면해 밀려나듯 불명예 퇴진을 하느니 먼저 자리를 걸고 대선주자들을 압박해 사태해결을 모색하고 있다는 해석도 그럴 듯 하다.
박재완 대표 비서실장은 “두 대선주자가 버티면 중재안의 전국위 표결이 쉽지 않다. 누군가 하나 희생하고 밀알이 돼야 하지 않겠느냐”며 “어떻게 해서든 경선 룰 문제를 다음 주에 매듭지어야 한다는 강 대표의 단호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정치 입문 이래 20년간 늘 ‘양지’에 있었다는 평을 들었고, 이번에도 “잘 나가는 대선주자쪽에 선 것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에 직면했던 강 대표가 문자 그대로 정치생명이 오락가락하는 기로에 섰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