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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대출 연체 '은행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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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대출 연체 '은행 경고음'

입력
2007.05.10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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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을 고비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잠잠해지자, 이번엔 중소기업대출이 폭증하면서 은행 건전성에 위험 신호가 켜졌다.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이 1분기를 고비로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은행들의 대출전쟁이 도를 넘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4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지난달 7조9,000억원 늘어 두 달 연속 사상 최고치의 증가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의 구두 경고에도 불구하고 전달 6조7,000억원의 증가폭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그 동안 은행 대출창구를 찾지 않던 대기업들도 지난달엔 1조9,000억원의 대출을 늘렸다. 이에 따라 지난달 기업대출 증가액은 10조원에 육박하는 9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기업대출이 급증한 이유는 경기회복 기미에 따라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주택담보대출이 당국의 규제로 사실상 중단되면서 은행들이 한꺼번에 중소기업대출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재무상황이 건전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은 이미 포화 상태지만, 주택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넘치는 자금을 운용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기업이나 재무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운 자영업자에게도 대출을 해주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 결과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주요 시중은행들의 연체율이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곳곳에서 경고음이 들려오고 있다. 은행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0.76%에서 올 1분기 1.03%까지 높아져 1%선을 넘어섰다.

특히 기업대출은 1.18%까지 높아졌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총 자산이 20% 가량 늘어나는 등 외형확대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역시 큰 폭의 외형성장을 보인 기업은행도 연체율 상승에 긴장하는 모습이다.

강권석 행장은 최근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것을 결코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며 순이자마진과 연체율 등 자산건전성을 더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지난해 외형 성장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은행의 연체율도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국민은행의 1분기 중소기업 연체율은 지난해 말(0.98%)보다 0.06%포인트 오른 1.04%를 기록해 역시 1%를 넘어섰다. 신한은행의 1분기 중소기업 연체율도 0.09%포인트 오른 1.07%를 기록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1분기가 되면 각 시중은행의 연체율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며 "아직은 연체율이 통제범위 안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되는 수치는 올해 1월 1일부터 변경된 새로운 연체율 산정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과거 기준으로 하면 대다수 은행의 연체율이 이보다 높은 셈이어서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국경제연구원 배상근 연구위원은 "금융감독당국의 잇단 위험 경고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연말 이후 중기대출 규모는 오히려 급증하고 있다"며 "갈 곳을 못 찾은 과도한 유동성이 중기대출의 근본 원인인 만큼 이를 외부에서 규제할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결국 은행 스스로 건전성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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