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10일 제5차 장성급 군사회담 마지막 날 회의를 열어 경의선ㆍ동해선 열차의 통행에 관한 군사보장합의서를 작성했다.
남북은 이 합의를 열차 시험 운행일에만 한정할지, 항구적으로 적용할지를 담은 공동보도문의 채택에는 밤 늦게까지 진통을 겪었다. 남북은 그러나 시험 운행의 필요성에 이미 공감했기 때문에 17일로 계획된 열차운행은 실현 가능케 됐다. 한국전쟁으로 남북 철로가 끊긴 지 56년 만의 일이다.
정승조(육군 소장) 국방부 정책기획관과 북측의 김영철 인민군 중장을 수석대표로 한 남북 당국자들은 이날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만나 밤 늦게까지 군사보장합의서와 공동보도문의 최종 문구수정 작업을 벌였다.
군사보장합의서에는 비무장지대 통행 절차와 열차 운행간 안전보장 내용이 포함됐다. 비무장지대를 통행하는 경우 열차 통과 시간을 전후해 유ㆍ무선 통신망, 수신호 등으로 상대 측에 알려야 한다.
또한 열차 탑승자의 신원과 싣고 있는 화물의 자재 및 장비 목록 등을 제출, 확인 받아야 한다. 운행 중에는 승무원과 승객의 안전을 해당 지역의 군이 책임지기로 했다. 경의선이 지나는 비무장지대 서부 관리 구역과 동해선이 있는 동부 관리 구역에는 현재 남북 양측의 초소가 1개씩 설치돼 있다.
난항을 겪은 공동보도문 작성의 최대 쟁점은 군사보장합의서의 효력 문제다. 북측은 상설 군사보장합의서 체결은 “철로 미완공 부분도 있고 하니 17일 시험 운행을 통한 연결 상황을 보고 순차적으로 추진하는 게 좋겠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남측은 “남북 관리 구역 통행량이 급증하고 있으니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시적이 아닌 상설 군사보장합의서를 채택하자”고 설득했다.
북측이 회담 첫 날인 8일부터 거론한 서해상 충돌 방지, 공동어로구역 설정, 한강 골재 채취나 임진강 수해방지 작업 등을 포함한 남북 경제협력 전반의 군사 안전보장을 놓고도 쉽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북측은 지난 3, 4차 장성급 회담에서 주장해온 대로 서해 문제의 근원적인 해결을 위해 새로운 경계선을 만들어 충돌을 막자는 주장을 계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열차 시험 운행일인 17일 오전 10시부터 경의선의 남측 출발역인 문산역과 동해선의 북측 출발역인 금강산역에서는 남북 공동으로 기념식이 열린다. 열차는 오전 11시에 출발한다.
경의선을 시험 운행하는 남쪽 열차는 문산역을 출발해 도라산-판문-손하를 거쳐 개성역까지(27.3㎞) 갔다 온다. 동해선을 운행할 북측 열차는 금강산역을 출발해 삼일포-감호를 지나 제진역까지(25.5㎞) 내려 왔다 되돌아간다.
김범수 기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