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칠공예는 세계 어디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건물 안팎의 치장부터 음식 담는 그릇이나 귀한 물건을 넣어두는 상자, 불상이나 공양구 같은 종교적 성물까지 칠은 여러 군데 쓰여 해충과 습기를 막고 아름다운 빛깔과 윤기를 입혔다. 칠공예는 히말라야 산중의 부탄에서 동남아시아와 남중국을 거쳐 한국, 일본에 이르기까지 아시아 전역에 널리 퍼져 있다. 특히 차분하고 격조높은 흑칠(黑漆)과 부드러우면서도 품위있는 주칠(朱漆)의 은은한 광택과 훈훈한 촉감은 다른 어떤 도료로도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일본인 가네코 가즈시게가 기증한 아시아 문화재 1,000여 건 중 칠기 60여 점을 엄선해 9일부터 기증관의 가네코 가즈시게 기증실에서 전시한다. 가즈시게 컬렉션의 칠기는 아시아 각지의 서민들이 쓰던 일상 용구와 종교생활 관련 작품이 대부분인데, 수집하게 된 내력이 분명하고 각 품목의 제작기법과 재료 등 정보도 정확하고 충실해 더욱 가치가 있다.
칠기는 나무 바탕에 칠하는 목태(木胎)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대나무가 잘 자라는 남중국이나 동남아에는 대나무 바탕에 칠을 바른 남태칠기(籃胎漆器)가 많다. 예컨대 미얀마나 타이 칠기는 대나무로 만들고 칠한 까닭에 몸체가 둥글면서 탄력 있게 부풀어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남태칠기가 많이 나온다. 7월 8일까지.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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