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의 대통령 후보 경선안에 대해 어제 박근혜 전 대표가 거부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런 식으로 하면 경선도 없다"는 것이다.
이 방안을 수용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같은 날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한 쪽에서 규칙에 반대하며 경선 불참을 경고하는데 상대쪽에서는 출마 회견을 한 것이다. 경선 자체가 불투명한 가운데 행해진 출마 선언이어서 이대로 가면 한나라당은 갈라지는 것은 물론 존립 여부마저 흔들리는 게 아닌가 싶다.
강 대표는 중재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전국위원회 소집을 강행, 표결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으나 선행 절차인 상임전국위원회만 해도 의장의 생각이 달라 쉽게 열릴 것 같지 않다.
여기서 절차만을 말하며 강행하는 것은 파국을 부르는 길이다. 표 대결, 세 대결도 그럴 만한 명분과 합의가 있을 때 의미 있는 과정이 될 수 있다. 형식상 절차의 강행이 무엇을 초래할지 뻔히 알 때라면 문제는 다르다.
이ㆍ박 두 사람의 대립은 지금 절정에 와 있다. 곧 당의 위기다. 이를 해소할 합법적 대안도 권위체도 없는 상황이다. 내용의 다툼을 떠나 강 대표의 중재안은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갈등 해결의 현실적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판에 그 힘을 고집하기만도 어렵게 돼 있다. 한나라당의 진로를 가를 실질적 주주로서 각 대선 주자의 입장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두 주자의 심기일전이야말로 위기 해소의 필요 조건이다. 분열을 막겠다는 진정이 있다면 막다른 골목으로 국면을 몰아가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두 주자의 대립은 진정한 후보경쟁이 아니었다. 경쟁다운 경쟁을 국민은 아직 보지 못했다. 경선 룰 문제 정도로 당을 결딴내는 어리석음을 범하고서 대통령을 하겠다는 것은 국민을 얕잡아 보는 일이며 어불성설이다.
결국 타협의 지혜와 정치력 아니고는 방법이 없다. 문제는 옳고 그름의 차원이 아니다. 사실 경선 방식을 놓고 튕기는 유ㆍ불리의 계산도 따지고 보면 가상의 전제에 따른 것이다. 두 사람이 엇갈린다는 당심과 민심의 우세나 열세도 변할 수 있다. 큰 지지를 얻는 사람에게 달리 쏠릴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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