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아군도, 적군도 없다.’ 정치권에서 흔히 듣는 말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 두 유력 대선주자 사이의 관계를 이만큼 적절히 드러내 주는 말도 드물다.
밀월 관계라 표현할 정도로 가까웠던 박근혜 전 대표와 강 대표의 사이는 최근 눈에 띄게 요원해졌다. 둘의 친분 관계가 최고조에 이른 것은 지난해 7월 전당대회 때였다.
당 대표 선거에서 박 전 대표가 강 대표를 적극 지원한 것이다. 당시 강 대표는 ‘박심(朴心)’ 덕택에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등에 업은 이재오 최고위원을 제치고 대표직을 거머쥘 수 있었다. 박 전 대표는 4ㆍ25 재보선에서 당이 참패한 이후 강 대표 체제가 급격히 흔들렸을 때에도 지도부 유임론으로 힘을 실어 줬다.
그러나 경선 룰 논란 이후 둘 사이의 기류는 급변했다. 현행 경선 룰 유지를 원하는 박 전 대표측 입장에 맞서 강 대표가 경선 룰 중재안을 내겠다고 하면서 둘 사이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9일 강 대표가 이 전 시장측 요구를 대폭 수용한 중재안을 발표하자 박 전 대표측에서는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는 말까지 나왔다.
반면 이 전 시장측은 강 대표의 중재안이 발표되자 크게 안도했다는 후문이다. 이 전 시장측 관계자는 “내심 이 전 시장측과 강 대표간 의 ‘구원(舊怨)’ 때문에 중재안이 박 전 대표에게 유리하게 나오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다”고 털어놓았다.
관계 회복 낌새는 4ㆍ25 재보선 직후 이 전 시장이 이재오 최고위원의 사퇴를 만류하면서 나타났다. 이 최고위원의 사퇴는 강 대표 등 지도부의 와해를 몰고 올 수 있었다. 한때 당 안팎에서는 이 전 시장과 강 대표 사이의 해빙 분위기를 전하면서 “경선 룰과 관련해 양측의 밀약이 있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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