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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배터리族' 는다/ "사오정 되기 전에… 전문기술 습득 인생 재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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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배터리族' 는다/ "사오정 되기 전에… 전문기술 습득 인생 재충전"

입력
2007.05.10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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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모 의류업체의 해외영업 담당 임원인 김영실(37ㆍ여ㆍ가명)씨는 2005년 말 10년 동안 잘 다니고 있던 외국계 기업에 사표를 쓰고 나왔다. 그는 평소 관심이 많던 의류 분야를 공부하러 이탈리아 유학을 떠났다.

1년 과정을 마치고 돌아와 재취업에 성공한 그는 “10년간 몸 담았던 회사에 사표를 낼 땐 당연히 두려웠다”면서 “오로지 회사를 위해 있는 능력 없는 기술 다 쓰다가 밑천 떨어지면 결국 가차없이 용도폐기 될 게 뻔하다는 생각에 과감히 유학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른바 ‘배터리족(族)’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유학을 가거나 자격증 준비를 하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30대를 말한다. 방전된 휴대폰 배터리를 재충전하듯, 직장 생활로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전문 지식과 기술을 익혀 경쟁력을 쌓은 뒤 더 나은 직장에 재취업하려는 사람들이다. 자기 계발을 통해 급변하는 경쟁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30대를 일컫는 취업시장 신조어다.

배터리족은 꾸준히 늘고 있다. 9일 노동부 산하 국립 종합기술전문학교 한국폴리텍대학이 올해 입학생들을 분석한 결과, 전체 6,267명 중 802명(12.8%)이 3년 이상의 직장 경험을 가진 30대 배터리족이었다.

폴리텍대학 관계자는 “관련 통계를 올해부터 조사했기 때문에 정확한 증가 추이는 알 수 없으나, 직장 생활 3년 이상 경력자들의 입학이 계속 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이 학생들의 목표는 관심 분야의 전문 지식과 기술을 배워 급여 등 근무조건이 더 나은 일자리로 옮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폴리텍대학 1년 과정은 등록금이 전액 무료이며 졸업생 취업률도 매년 80%를 웃돈다.

5년간 사무용품 업체를 다녔던 박영석(36)씨는 지난해 말 사표를 내고 올해 폴리텍대학 신소재과 1년 과정에 입학했다. 박씨는 “5년간의 직장생활이 너무 정신없이 지나갔다”며 “잠시 휴식기를 가지면서 나를 되돌아보고 체계적인 기술교육을 통해 직업 전문성도 키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위에선 ‘배부른 결정’이라고 비아냥대기도 하지만 지금 수중엔 1년 반 정도 버틸 수 있는 돈이 전부”라며 웃었다.

전문가들은 “단지 직장생활에 염증을 느껴 충동적으로 배터리족이 돼선 안 된다”고 말한다. 배터리족이 되는 뚜렷한 목적과 계획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목표를 이룰 때까지 생활 할 수 있는 돈도 필요하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조성란 대리는 “섣불리 사표를 쓰면 자칫 장기 실업자가 될 수 있으니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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