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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용의 책, 산 그리고 자연이야기] <7>"댐 백지화 만세" 전국민 함께 부른 '동강 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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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용의 책, 산 그리고 자연이야기] <7>"댐 백지화 만세" 전국민 함께 부른 '동강 아리랑'

입력
2007.05.10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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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점봉산 양수댐 건설 반대 운동과 관련 소송으로 시간이 흘러가고 있을 때, 또 다른 댐 건설 사업이 추진된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동강에 댐이 건설된다는 것인데 사실 그때만해도 동강이 어디 있는 지 조차 잘 몰랐다.

우이령보존회는 운영위원회를 열고 동강댐 건설 저지 운동을 안건에 회부했다. 당시에는 점봉산 양수댐 건설 저지 운동에 총력을 기울이느라 여력이 없었기 때문에 한 사안을 종결한 뒤 다음 운동을 전개하자는 의견이 대두됐다. 하지만 동강댐 건설 저지를 강력하게 주장한 나의 의견이 받아들여져 결국 1997년 10월 현지에 조사단을 파견했다.

강원 평창에서 정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오른쪽으로 빠지면 동강 변 진탄나루에 도착한다. 그 옆을 흐르는 기화천은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에서 보던 바로 그 분위기였다. 동강 자갈톱에 본부를 정한 우리는 쏟아지는 별을 받으며 첫 밤을 보냈다.

동강 댐은 높이 98m, 길이 325m에 총저수용량 6억9,800만 톤에 이르는 국내 여섯번째 규모의 다목적댐으로 2001년 완성 예정이었다. 댐이 건설되면 깎아지른 듯한 벼랑(뼝대), 절경의 어라연, 백룡동굴 등 많은 석회 동굴, 고인돌 등이 모두 물에 잠기며 1급수에만 산란하는 어름치, 희귀조 호사비오리와 원앙 등의 생태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됐다.

하지만 당시 동강 변 주민 가운데는 댐 건설에 찬성한 사람이 많았다. 보상을 받아 가난에서 탈출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들은 댐 건설에 반대하는 외지인의 출입을 저지하기도 했다.

건교부는 그 해 10월 20일 댐 예정지를 공식 발표했으며 우리는 동강살리기시민연대를 구성하고 11월 현장에서 2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첫 행사를 열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듬해에는 국내 최대의 환경운동단체인 환경운동연합이 합류했다. 댐 건설 반대 주민들은 백지화투쟁위원회를 만들었으며 정규화 부위원장은 특히 열성을 보여주었다. 3월 17일에는 영월군청 앞에서 대대적인 궐기대회가 열렸다.

그 과정에서 나는 진용선 정선아리랑연구소장을 만나 그의 책 <동강 아리랑> 을 냈으며 동강 변의 역사 유적을 표시한 동강 지도도 제작했다.

<동강 아리랑> 은 동강의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으며 동강 지도는 지금도 동강을 대표하는 공식 지도로 활용되고 있다. ‘동강을 사랑하는 문화예술인들의 모임’과 함께 ‘동강 12경’도 발표했다. 이호신 화백, 박희진 시인을 모시고 동강의 면면이 예술로 승화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시화집 <동강12경> 도 냈다.

동강에 댐을 건설하느냐의 여부는 전국민의 관심사가 됐으며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결국 2000년 6월5일 ‘환경의날’ 기념식에서 댐 건설 백지화를 선언했다.

우리는 한강변의 무분별한 난개발에 치를 떨고 있었기 때문에 진작부터 동강댐 건설 저지 이후의 대책에 부심했다. 건축가 김원 선생 그룹이 이 문제를 특히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때 우리는 동강의 문희마을을 모델로 생각했다. 문희마을의 옛 모습을 잘 보존하기 위해 그곳의 땅을 매입하기로 하고 모금운동에 나섰다. 마침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을 막 시작한 환경정의시민연대가 그 대상지를 찾고 있던 터여서 우리와 자연스럽게 결합했다. 김명자 당시 환경부 장관도 금일봉을 냈다.

그러나 그 사이 동강은 하루가 다르게 변했고 외지인의 투기도 늘어났다. 땅 값이 치솟아 모금액으로는 부족해 땅 매입을 포기하기에 이르렀고 우리는 문희마을을 떠나야 했다. 시민운동으로서 일대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김상원 대표를 비롯해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문국현 유한킴벌리 대표, 조명래 단국대 교수, 김홍남 국립중앙박물관장 등이 적극적으로 힘을 보탰다. 결국 문희마을 대신 제장마을의 땅을 매입해 흙 집을 짓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내셔널트러스트 대상지로 키웠다.

수문출판사 대표ㆍ우이령보존회장ㆍ한국내셔널트러스트 동강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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