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지난해 자동차 생산에서 세계 1위 자리를 13년 만에 탈환했다. 엔저의 순풍을 타고 힘차게 일어서는 일본 경제의 부활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거기에 비하면 국내 자동차 산업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기아자동차가 올 1ㆍ4분기까지 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현대자동차도 원화 강세로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무에서 출발한 한국 자동차산업은 그 동안 비약적 발전을 거듭했고, 당당히 세계 5대 자동차생산국에 오르는 쾌거를 이뤄냈다. 그러나 현대차의 1인당 생산성은 도요타의 60% 수준에 불과할 만큼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생산성은 낮고 노조는 자기 이익만 챙기는 기업이 세계 1위도 나자빠지는 치열한 세계자동차 시장에서 살아 남을는지 심히 걱정스럽다.
그래도 자동차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반도체, 휴대폰, 평면 디스플레이 같은 주력 수출품이 한국경제를 먹여 살리고 있지만, 그 핵심부품과 설비는 70~80%를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온갖 고생을 해가며 수출을 해도, 실속은 일본 업체들이 챙기는 '가마우지'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수출이 늘어도 내수로 연결되지 않고 고용이 창출되지 않는다.
도요타에 차체를 납품하는 일본 기후차체공업의 호시노 데쓰오(星野鐵夫·71) 회장은 최근 국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 원인을 한국 기업의 '메이커' 인식부족으로 꼽았다.
도요타의 생산방식을 한국 기업들에 전수해온 그는 제조업의 기본이 생산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알고, 소중히 여기는 기업인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대부분의 설비를 일본에 의존하고, 모델이 바뀌면 설비도 한꺼번에 교체하는 한국 제조업의 행태를 '자신의 혼을 밖에다 내주고 있는 격'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여기에 민간 연구기관인 산업정책연구원이 평가한 올해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중국이 처음으로 한국을 추월했다는 소식까지 겹치니 한국경제의 '샌드위치' 신세가 한층 선명해 보인다.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기술력 있는 중소 부품업체를 육성하는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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