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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가톨릭 불씨를 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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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가톨릭 불씨를 살려라

입력
2007.05.10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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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즉위 후 처음으로 세계 최대 가톨릭 국가인 브라질을 방문했다. 활발한 해외 순방으로 전 세계에 영향력을 발휘했던 전임 요한 바오로 2세와 달리 주로 바티칸에만 머물러온 그가 유럽중심적이라는 오명을 떨쳐버릴 절호의 기회다.

9일 상파울루 국제공항에는 거세게 내리치는 빗줄기에도 불구하고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 관계자와 성직자, 남미 각국에서 몰려든 가톨릭 신자 등 수천명이 교황을 영접하기 위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13일 브라질 아파레시다 교구에서 열리는 중남미 주교회의를 주재한다는 게 명목적 방문 이유이지만, 실질적 목적은 11억 로마 가톨릭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는 이 지역에서 점차 쇠잔해져 가는 가톨릭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 있다. 지난달 멕시코의 멕시코시티 시의회가 남미 국가로는 처음으로 임신 3개월 미만의 낙태를 합법화함에 따라 바티칸의 위기의식은 한층 고조된 상태다.

교황은 공항 환영식에서 "수태의 순간부터 자연사할 때까지 인간 본성의 절대 불가결한 요구로서 생명에 대한 존엄을 지켜야 한다"며 낙태 반대를 일성으로 내세웠다.

교황은 "교회법은 순수한 어린이를 죽이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성체를 모시는 영성체와 양립할 수 없다고 가르치고 있다"며 "낙태 합법화 법안에 찬성한 의원들은 그들 스스로를 파문한 것이라는 멕시코 주교단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낙태를 합법화하는 국민투표를 고려 중인 브라질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6%가 콘돔 사용에 찬성하고, 절반 이상이 교회의 낙태에 대한 입장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신교로 개종하려는 신자도 폭발적으로 증가해 10년 전 인구의 74%였던 가톨릭 신자는 현재 64%로 줄어든 반면, 개신교 분파인 오순절 복음주의는 11%에서 17%로 늘어났다.

이에 대해 교황은 "신에게 가까이 가길 원하는 동시에 일상적 삶에 대한 해답도 약속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므로 이들에게 응답하려면 주교들이 보다 사명감을 갖고, 보다 역동적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10일 오전 상파울루 주지사궁에서 룰라 대통령과 회담한 뒤 시내 파카엠부 축구 전용경기장에서 청소년 미사를 집전할 계획이다.

11일에는 캄포 데 마르테에서 150여만명이 참석하는 야외미사를 집전하고, 12일에는 과라팅게타 지역의 재활시설 '희망농장 공동체'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어 13일에는 아파레시다에서 열리는 주교회의에 참석, 복음주의 분파의 확대에 어떻게 대처할지 등을 논의한 후 밤 늦게 로마로 돌아간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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