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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ℓ당 1700원 사람잡는 기름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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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ℓ당 1700원 사람잡는 기름값

입력
2007.05.10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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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서울 도곡동에 사는 회사원 임모(37)씨는 동네에선 절대 자동차 기름을 넣지 않는다. 휘발유 가격도 '버블세븐' 명성에 걸맞게 전국에서 가장 높은 ℓ당 1,700원대. 강남만 벗어나도 ℓ당 1,550원대의 주유소를 찾을 수가 있어 임씨는 좀 돌더라도 다른 지역에서 꼭 주유한다.

#2.회사원 안모(33)씨는 은행에서 신용카드를 하나 더 만들었다. 이미 몇 장의 카드를 갖고 있는데다 과거 돌려막기 경험도 '다시는 카드를 안 만든다'고 다짐했던 그였지만, 기름값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전국 어느 주유소든 ℓ당 70원이 할인된다는 은행직원 설명을 듣고, 그는 고민 끝에 카드를 신청한 것이다.

기름값이 '거침없는 하이킥'을 거듭하고 있다. 서울 일부 지역에선 ℓ당 1,700원선마저 돌파한 상태. 여름 성수기가 가까워지면서 휘발유 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직장인들 사이에선 '유(油)테크'라는 신풍속도까지 등장했다.

9일 정유업계 및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5월 첫째주 서울지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가격은 ℓ당 1,595.49원. 사상 최고가였던 지난해 8월 셋째주의 1,594.42원 기록을 갈아치웠다. 주유소 기름값은 석 달만에 10%나 오르면서, 12주 연속 상승행진중이다.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도 지난달 리터당 1,505.2원에 달해 지난해 9월(1,505.7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기름 값 인상은 만성화된 수급불균형 속에 이란 핵문제, 나이지리아 내전 등이 겹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휘발유 가격산정의 기준이 되고 있는 싱가포르 휘발유(완제품) 현물가격은 작년 10월 배럴당 61.3달러에서 지난달 말에는 85.3달러까지 상승한 상태다.

이에 따라 GS칼텍스는 9일 자정부터 휘발유 세후 공장도 가격을 7원 인상했고, 다른 정유사도 비슷한 수준의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더구나 냉방수요에 나들이차량까지 집중되는 여름성수기를 앞두고 있어, 기름값 상승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처럼 '고유가'의 먹구름이 다시 드리우면서, 소비자들도 '유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어느 주유소가 저렴한지 비교사이트(예컨대 www.oilpricewatch.com)를 검색해 조금이라도 값싼 주유소를 찾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는가 하면, 신용카드도 다른 부가서비스 보다는 주유할인 혜택이 큰 카드가 최고 인기상품이 되고 있다.

신용카드의 경우 종전엔 ℓ당 50~80원정도 할인 또는 적립되는 카드가 대부분이었지만, 은행과 카드사들도 최근엔 ℓ당 100원까지 할인되는 카드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한 시내 주유소직원은 "생수나 화장지 같은 사은품을 없애고 차라리 그만큼 기름값을 낮춰달라고 요구하는 운전자들도 아주 많아졌다"고 말했다.

한편 고유가 체감도는 휘발유 보다 경유차량 운전자가 더 커 보인다. 지난 2000년 휘발유 가격 대비 46%에 불과했던 경유값은 정부의 에너지세제개편계획에 따라 매년 단계적으로 인상되어왔기 때문.

더구나 7월부터는 경유가격이 휘발유 대비 85%수준으로 다시 인상될 예정이어서, 경유차를 주로 이용하는 생계형 운전자들의 주름살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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