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면 매년 겪는 기념일이 뭐 그리 새삼스럽냐는 당신.
그러나 올해는 유난히 눈에 띄는 기념일이 있어 조금 특별한 준비가 필요할지 모르겠다.
2003년 말 민간 단체인 ‘부부의 날 위원회’가 제출한 ‘부부의 날 국가 기념일 제정을 위한 청원’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지 3년여 만에 올해부터 법정기념일로 제정됐다.
난생 처음 맞는 부부의 날(21일)을 어떻게 하면 알차고 의미있게 보낼 수 있을까. 열흘 앞으로 다가 온 부부의 날을 뜻 깊게 보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부부관계ㆍ가정경영 전문가들에게 구해 봤다.
▦ 이름을 불러 주세요
‘가장 울고 싶을 때’, ‘가장 우울할 때’를 묻는 주부대상 여론조사에서 자주 나오는 대답 중 하나는 ‘이름을 잃어버렸을 때’다.
많은 여성이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로 불리기 시작하는 순간, 개인의 정체성을 잃어버린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부부 매니페스토 운동’, 즉 부부 사이에 지킬 수 있는 선언ㆍ성명을 제안하는 캠페인을 추진 중인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이광재 사무처장은 “부부 간의 의사소통 단절로 한국의 가정문화가 와해되고 있다”면서 “소통의 첫 단계로서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는 게 가정의 신뢰 회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무장해제' 하고 만나라
부부의 날이라고 해서 파트너에게 지나치게 잘하려다 보면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전까지의 부부관계를 점검하지 않은 채 특별한 이벤트에만 집착하는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도 있기 때문. 따라서 이날 하루 만큼은 ‘무장해제’한 채 둘만의 시간을 갖고 부부관계 점검의 날로 삼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김선희부부클리닉을 운영 중인 김선희 원장은 “갑자기 뭘 너무 잘하려 하기보다 적어도 하지 말아야 할 것만 지켜도 부부관계는 상당히 좋아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부부의 날을 구실로 의도적으로 부부 둘만의 시간을 갖고 결혼생활 중 있었던 좋은 기억, 아쉬운 기억 등을 되새겨 보는 것도 괜찮은 아이디어다. 삶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바쁜 생활을 무리 없이 꾸려온 상대의 노고를 함께 치하하는 시간을 짧게라도 갖는 게 필요하다.
▦ 인생의 큰 그림을 공유하라
전문가들은 현실의 어려움 때문에 갈등을 빚는 부부들의 경우 대부분 10년 후, 또는 20년 후의 큰 그림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설명한다.
또한 결혼 초기 부부생활의 비전을 세웠던 오래된 부부라면 인생의 청사진을 함께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서로의 꿈을 물어봐 주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전진하는 각오를 다지는 시간으로 삼는 것도 이번 부부의 날에 할 일이다.
▦ 첫 데이트 장소를 함께 가보라
부부가 처음 사랑을 느꼈던 시기와 당시의 아름다운 기억을 추억하기 위해 최초로 데이트했던 장소, 프로포즈했던 장소 등을 함께 찾아가 보는 것도 좋다.
이웅진 한국결혼문화연구소장은 “부부의 대화단절은 이혼으로 가는 전조 현상으로 봐야 한다”면서 “‘내가 이 사람을 이런 이유로 선택했구나’ 하는 초심을 되살릴 수 있도록 처음 부부의 연을 맺었던 그때를 추억할 수 있는 장소에 가보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 리(Re)프로포즈ㆍ리마인드 웨딩(Remind Wedding)
강학중 한국가정경영연구소장은 리(Re)프로포즈, 리마인드 웨딩(Remind Weddingㆍ결혼의 추억을 기억하기 위해 결혼식을 다시 올리는 것) 등을 제안했다.
강소장은 “결혼식이나 신혼여행이 단 한번 밖에 없다는 생각을 버리라“면서 “다시 태어났다는 생각, 다시 부부가 됐다는 생각으로 리마인드 웨딩, 리프로포즈를 해보는 것도 좋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전문가들은 갑작스러운 변화는 오히려 어색할 수 있으므로 부부생활 초기 진실했던 감정의 에너지, 불화를 이겨낼 수 있는 서로에 대한 열정을 회복하는데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 육체적 친말감 회복부터
부부의 날을 관계 개선의 첫 단추를 끼우는 날로 정했다면 성적인 친밀감에도 관심을 갖자.지적ㆍ정서적 척도 만큼 부부생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성적인 친밀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부부 사이의 성(性) 문제를 다룬 책 <부부 성공(性功)시대> 을 펴낸 여성학자 오한숙희씨는 "여성학, 부부 상담을 계속해 오면서 시쳇말로 '성격차이가 성(性)차이'라고 하는 이야기가 허구가 아님을 깨닫게 됐다"고 성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부부>
그는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행복한 부부생활에 관한 강의를 하면서 성생활에 관한 조언이 현실적으로 관계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면서 책 출간의 계기를 밝혔다.
그는 현대 부부관계의 위기가 온 배경에 대해 "부부가 육아와 살림 등 도구적인 역할에만 매달리면서 부부관계도 일종의 '패밀리 비즈니스'?동료처럼 돼버렸다"고 풀이했다. 가정을 꾸리고자 하는 욕망은 육체적인 친밀감에서 시작됐는데 결혼생활 자체는 수단과 목적이 전도됐다는 얘기다.
오한숙희씨는 "많은 이들이 신체접촉을 통해 서로에게 마음이 끌리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면서 "말로 하는 대화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부부의 날을 맞아 당장 과감한 보디랭귀지부터 시도해보는 게 부부관계 개선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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