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금융감독위원회에 미루고, 금감위는 다시 법원에게 미루고…. 이게 말이 되나요."
금감위가 9일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에 대한 직권취소 여부를 법원의 최종 판결 이후에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한 시민단체 인사는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법원의 최종 판결까지는 최소 2, 3년이 걸릴 겁니다. 외환은행이 매년 1조원 가까이 수익을 낸다는 점을 감안하면 론스타는 이 기간에 배당만으로도 원금(2조1,548억원)에 육박하는 이익을 챙길 수 있습니다"는 그의 설명을 듣자 기자도 가슴이 답답해졌다.
이런 결과는 3월 감사원이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할 때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감사원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한도초과 보유 승인은 불법 로비로 이뤄졌으므로 명백히 잘못됐다고 결론 내리면서도 "재판 진행 상황과 직권취소의 파급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금감위가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통보했다.
마치 감사원은 할 일을 다 했으니 마지막 결정과 그에 대한 책임은 금감위가 지라는 식이었다.
그러나 애당초 금감위는 책임을 떠안을 생각이 없었다. 자신들이 승인한 사항을 스스로 불법이라 인정하는 것도 부담이고, 인수 승인을 직권취소할 경우 불어 닥칠 역풍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물론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대한 불만과 불신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금감위는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자"며 교묘하게 피해가는 길을 택했다.
감사원과 금감위 같은 감독 당국은 피감 부처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지니고 있다. 그런 감독 당국이 민감한 사안에 대해 피할 구멍부터 찾는 것은 스스로의 권위를 깎아 먹는 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치부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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