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10일 박근혜 전 대표의 경선 불참 시사 발언 등에 대해 직접 맞대응하지 않았다. 대신 서울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에서 대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선 룰 공방에서 벗어나 내 갈 길을 뚜벅뚜벅 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경선 룰 관련 질문에 “오늘은 경선 룰과 관련된 말씀을 드리려고 이 자리에 서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전 시장은 그러면서 “저도 이번 (중재안) 결정에 누구 못 지 않게 불만이 있다.
민심의 반영이 만족스럽지 않았다”며 “그러나 국민의 따가운 눈총과 화합을 요구하는 당원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께서는 어느 누구보다도 한나라당을 사랑한다고 생각한다”는 말도 했다. 이 전 시장이 자신도 대승적으로 중재안을 수용한 만큼 박 전 대표도 수용해줄 것을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전 시장이 경선 룰 논란이 한창인 와중에 중앙 당사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한 것은 더 이상 경선 룰 논란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 전 시장이 “반드시 한나라당 후보로 정권을 교체하겠다”고 언급한 것 역시 분열하지 않고 화합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이 전 시장 캠프측도 “이제 경선 룰 논란에 종지부를 찍자”는 기류가 강하다. 그래서 박 전 대표의 강공을 압박용으로 해석하면서 직접 대응을 하지 않으려 했다. 이 전 시장측의 정종복 의원은 “박 전 대표의 경선 불참 시사 언급은 중재안을 철회하라는 압박 카드가 아니냐”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충돌이 예상되는 전국위에서의 중재안 표결에 대해서는 당에 정해진 절차대로 진행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박형준 의원은 “전국위 표결은 어차피 당 지도부가 진행해야 하는 절차”이라며 “전국위가 열리면 우리 의사를 밝히면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는 박 전 대표에게 중재안 수용을 압박하면서도 그게 안돼 전국위에서 표결이 이뤄지면 중재안을 통과시켜 마무리 짓겠다는 뜻이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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