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중견 기업을 운영하는 김모(55)씨는 송도신도시에서 분양하는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에 관심이 많다. 김씨는 "예전에는 아파트 고층은 땅의 기운이 미치지 않아 풍수에 좋지 않다는 편견이 있었지만 요즘은 부유층의 거주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며 "조망권이 뛰어나고 투자가치도 높을 것 같아 가능하면 최고층을 분양 받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거공간의 초고층화 바람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돼 버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20층만 넘어도 초고층으로 분류됐으나 지금은 30층대를 넘어 60층대 아파트까지 선보이고 있다.
도곡동 타워팰리스, 목동 현대하이페리온, 삼성동 아이파크 등 초고층 아파트들의 가격이 급등해 부의 상징으로 자리잡으면서 높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왜 초고층 아파트인가
아파트의 초고층화 추세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잦은 지진으로 고층 건물이 들어서기에 부적합한 일본도 대도시를 중심으로 초고층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이는 보다 편리하고 쾌적한 주거 공간을 원하는 거주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업계 관계자는 "초고층 아파트는 빌딩숲 도심 속에서 조망권과 일조권을 확보하기 유리하다"며 "동일한 용적률이라도 건폐율을 낮추면 동간 거리를 늘릴 수 있어 사생활 보장은 물론, 녹지로 활용할 수 있는 지상공간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초고층 아파트 분양 봇물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상반기에는 초고층 아파트 분양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인천 송도에 47층짜리 주상복합 아파트를 분양한다. 이 회사는 또 경기 화성 동탄지구에 66층짜리 주상복합 아파트 분양도 준비하고 있다.
충남 아산신도시에는 SK건설 등 4개 회사가 41~66층짜리 주상복합 아파트를 내달 중 분양할 예정이다.
'초고층아파트=고급아파트'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일반 아파트에도 고층화 바람이 확산되고 있다. 풍림산업은 인천 용현, 학익지구에 최고 53층 높이의 아파트를 이 달 중 분양한다. 현진은 경북 포항시 장성동(33층), 한화건설은 인천 소래 논현지구(47층), GS건설은 인천 송도(41층)에서 고층 아파트 분양을 예정하고 있다.
고분양가VS투자가치충분
신영은 최근 청주 지웰시티를 분양하면서 평당 1,200만원대의 높은 분양가를 책정했다. 몇 달 앞서 인근에서 분양한 일반 아파트 평당분양가가 800만원 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높은 가격이다.
이에 대해 신영 관계자는 "일반아파트에 비해 건축비가 높고 비싼 자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분양가가 높을 수 밖에 없다"며 "대신 입주가 끝나면 주변 일대가 랜드마크를 형성하기 때문에 향수 발생할 수익가치는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분양가가 비싼 만큼 부유 계층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해 집값도 차별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 서울시도 뉴타운의 층고 규제와 관련, 2종 일반주거지역에 최고 36∼37층짜리 아파트 신축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들 아파트는 가산비가 더 드는 만큼 가산비를 인정해 주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건설사 입장에서도 고부가가치 창출이 용이해 초고층 아파트 공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초고층 아파트는 고밀도 개발에 따른 인구집중 유발로 향후 재건축이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며 "이런 태생적인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 문화와 편의시설이 제대로 융합한 지역을 고르는 안목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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