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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명 참가'108산사 순례단' 이끄는 혜자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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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명 참가'108산사 순례단' 이끄는 혜자 스님

입력
2007.05.10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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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3,000명이 넘는 불자들이 전국 사찰 중 한 곳에 모여 법회를 열고 있다. 천수경을 외면서 108배를 하는 이들은 이름하여 ‘108산사 순례단’. 순례단은 지난해 9월 서울 도선사에서 법회를 시작해 삼보(三寶) 사찰인 통도사, 해인사, 송광사 등을 거쳤다. 9일 방문한 여주 신륵사는 이들의 9번째 방문지이다.

새로운 신행(信行) 문화를 만들었다고 평가받으며 순례단을 이끌고 있는 도선사 주지 혜자(慧慈) 스님을 찾아 신록이 물든 삼각산 언덕길을 올랐다.

순례단이 첫 발을 딛은 계기는 그가 지난해 출간한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화남 발행)였다. 독자에게 산사 순례를 권하기 위해 집필했지만 자신도 가보지 못한 사찰이 많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신도들과 함께 108산사를 찾아 108배를 올리고 108번뇌를 없애자는 생각이 들었죠. 108곳을 모두 방문한다면 7~8년이 걸리는 일인데 즐겁게 따라주는 불자들이 고마울 뿐입니다.”

순례는 매달 평일에 한 번, 토요일에 한 번씩 2회 열린다. 평일에는 주부 위주로 2,500여 명 정도, 토요일엔 직장인과 가족 단위의 신도 1,0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주5일 근무 시대를 맞아 일반인이 종교로부터 점차 멀어지는 시대에 대규모 순례를 지속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생활에 밀접한 종교가 돼야죠. 이번 순례도 신앙 외에 효도 여행, 가족 나들이, 동창회의 기회가 될 수 있어요. 법회에서 저는 법문보다 눈을 감고 사찰의 고요를 느끼라고 권합니다.” 세월의 무게를 견뎌온 사찰이 전하는 무언의 가르침이 가정과 사회 생활로 생긴 번뇌를 없애준다는 말이다.

순례단은 사찰을 방문하면서 각자 보시할 쌀 한 되, 군 장병을 위한 초코파이 1상자씩 준비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사찰 측과 인근 군 부대에서도 이들의 방문을 반기는 이유 중 하나다. 법회가 끝난 후 보살(여성 신도를 이르는 말)들은 지방 농산물 구입에 앞장서 지자체로부터 이들을 부르는 손짓도 부쩍 늘었다.

“지방에 내려온 김에 무공해 먹거리도 구입하면서 농촌 경제도 도울 수 있다면 일석이조인 셈이죠.” 처음엔 법회가 끝나면 서울로 돌아갈 것을 보챘던 스님은 최근 농촌 홍보대사로 위촉되기도 했다. 이 밖에 ‘108산사 환경지킴이’ 모임을 구성해 3월 내소사 순례부터는 사찰 인근 환경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이에 대해 스님은 ‘베풀면서 수행하라’는 스승인 청담(淸潭ㆍ1902~71) 스님의 가르침을 받들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 받는 불교가 아닌 주는 불교, 사찰에 머물지 않고 대중과 함께 하는 불교로 발전할 겁니다. 이 운동 역시 작은 실천에서 비롯되었지만 종교를 초월해 건전한 사회운동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랍니다.”

글ㆍ사진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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