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들이 웁니다. 엉엉 소리 냅니다. 눈물을 줄줄 흘립니다.
장진 감독의 영화 <아들> (사진)에서 아버지 이강식(차승원)은 몇 번이고 웁니다. 강도 살인을 저질러 무기수로 복역중인 그가 15년 만에 딱 하루 휴가를 받아 세 살 때 보고 못 본 아들 준석(류덕환)을 만났으니. 아들이 자기를 ‘손님’이라고 말해 울고, 아들과 매일 한 집에서 살지 못하는 처지를 생각해 밥도 삼키지 못한 채 울고, “눈이 무섭게 생겼어요”라는 준식의 말에 화장실 거울 앞에서 물로 눈을 문지르며 웁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아버지의 본능으로 알아챈 아들의 슬픈 비밀 때문에 눈물을 쏟아냅니다. 아들>
<우아한 세계> (감독 한재림)의 아버지 강인구(송강호)도 끝내 울고 맙니다. 잔인하게 폭력으로 포기각서를 받고, 돈을 받아내고,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칼을 휘두르는 조폭인 그 역시 고개 숙인 아버지이지요. 우아한>
딸이 “아빠라고 부르기도 싫다”고 하고, 아내가 한 방에서 지내기조차 거부해도 말없이 베개를 들고 돌아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로서는 그는 누구보다 헌신적입니다. 캐나다로 조기 유학 간 아들의 학비를 위해, 아내 미령(박지영)과 딸 희순(김소은)이 수돗물도 잘 안 나오는 낡은 아파트에서 벗어나 좀 더 좋은 집에 살게 하기 위해 발버둥칩니다.
물론 그도 과감히 조폭생활을 접고 막노동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당장 생활이 어려워지고, 아들은 돌아와야 하고, 평생 낡은 아파트를 벗어나지 못하겠지요. 과연 그런 가난한 아버지를 아이들과 아내가 존경하고 사랑할까요. 그럴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조폭 아버지가 벌어오는 돈으로 하고 싶은 것 하고, 사고 싶은 것 십니다. 단지 강인구가 자기 아버지란 사실을 남들이 모르기를 바랄 뿐입니다.
결국 아내와 딸도 캐나다로 가 버립니다. 그들이 찍어 보내온 비디오에는 자신들의 즐거움만 있지 아버지에 대한 걱정이나 미안함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혼자 비빔면을 먹으며 그 모습을 보던 기러기 아빠 강인구는 냄비를 집어 던지고는 눈물을 글썽입니다. 그리고는 “내가 뭘 잘못했는데”라고 중얼거립니다. <파이란> 의 건달 강재(최민식)가 바닷가에서 소주를 기울이다 자신의 삶이 서러워 꺽꺽 대는 장면과 함께 한국영화사에 길이 남을 ‘울음의 명장면’이지요. 파이란>
살인범, 조폭, 건달 아버지가 아니더라도 세상 아버지들은 울고 싶습니다. 죽어라 일하는 것으로 사랑을 드러내지만, 자식들은 ‘걸어 다니는 지갑’쯤으로 여기는 아버지. 존경심은 고사하고 과거 “아버지 오시기만 해봐라” 라는 말로 상징되던 최소한의 위엄조차 사라져버린 이 시대, 누가 그 아버지의 속을 속속들이 알까요.
그러고 보면 <남자, 그 잃어버린 진실> 의 저자인 호주 심리학자 스티브 비덜프의 말처럼 지금껏 아버지들은 연기하며 지내왔는지 모릅니다. 자신의 슬픔과 서러움을 감추고 억지로 강한 척한 존 웨인이었지요. 남자,>
이제는 그러지 말고 서러울 때, 힘들 때, 삶이 허무할 때, 이강식처럼 어린 아들 앞이라도 엉엉 소리 내 웁시다. 마음의 병과 분노와 슬픔은 눈물로만 씻어지며, 인생의 열정도 슬픔을 표현하는 데서 생긴다고 하니까. 때마침 아버지 영화들까지 그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이대현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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