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하는 종합부동산세의 배분기준을 바꿔 사회복지와 교육 수요가 많은 곳에 더 많이 돈이 가게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중앙정부의 예산으로는 날로 불어나는 복지수요와 관련부처의 요구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
어떤 세금이든, 시대상황의 변화에 따라 효율성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재원 배분 및 용도를 조정하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러나 '헌법 만큼 바꾸기 힘들게' 종부세를 설계한다며 지자체별 배분방식까지 법령으로 정해 놓고 불과 2년여 만에 칼을 대는 것은 편의주의 행정의 표본이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국세인 종부세는 이 세제 도입에 따라 줄어든 재산세 거래세 등 지방세입 감소분을 우선 보전하고, 나머지도 지자체의 재정형편과 운영상황 등을 감안한 배분 산식(算式)에 의거해 전액 배분토록 돼 있다.
지자체엔 배분된 돈의 용도를 결정할 수 있는 재량을 줬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것은 이 재량권을 일부 회수해 중앙정부의 복지정책 동참 정도에 따라 돈을 주겠다는 것이다.
뜻만 보면 크게 나무랄 것이 없고, 지자체의 방만한 씀씀이를 견제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자가당착에 가까운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부동산 시장의 초과이익을 환수해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을 도와주겠다는 당초 취지는 껍데기만 남았다.
지난해 열린우리당이 종부세를 '서민주거복지 목적세'로 전환할 움직임을 보이자 정부가 입법취지 퇴색, 지자체 반발 운운하며 반대했던 것에 비춰보면 황당하기까지 하다.
또 '비전 2030' 등 장밋빛 전망을 마구 내놓았다가 당장 재원을 마련할 길이 없자 연 3조원에 가까운 종부세 '잿밥'에 눈독을 들이는 처사는 도덕적 해이다. 종부세를 만들면서 '점령군'처럼 쏟아냈던 당시 발언을 뒤엎는 재빠름도 놀랍다.
정부는 지자체 몫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지출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변하겠지만, 매번 그런 얼치기 변명만 늘어 놓으니 속셈을 의심 받는 것이다. 정권의 '와일드카드'가 된 종부세의 운명이 가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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