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든 브라운(56) 재무장관이 이끌어 나갈 ‘포스트 블레어’ 시대는 어떤 모습일까.
영국의 차기 총리가 확실시되는 브라운 장관은 블레어 총리에 비해 전통적 좌파 색깔이 더 강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제3의 길’을 주창한 블레어 총리 밑에서 10년 동안 재무장관을 지내면서 영국의 경제성장 신화를 이룩해 낸 실질적인 주역인 만큼, 집권 후 경제 정책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기업에 비우호적인 중앙통제 정부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친기업적 입장을 시사한 적 있다. 블레어 총리와 마찬가지로 영국 파운드화의 유로화 전환에도 반대하고 있다.
단 블레어 총리의 최대 실책으로 꼽히는 이라크 전쟁과 대미 외교정책에서는 약간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라크전으로 인한 인적, 경제적 부담이 계속 가중되는 상황에서 브라운 장관은 전반적인 여론과 노동당 내 다수의 희망에 맞춰 이라크 주둔군의 조기 철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브라운 장관 역시 친미주의자지만, 블레어 총리보다는 미국과 거리를 둘 것으로 보인다.
브라운 장관은 참신한 정부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취임 후 젊은 각료들을 대거 기용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막강한 총리였던 블레어 시절에 상대적으로 약해진 의회의 역할을 확대하고, 총리실 정치 보좌관들의 위상은 낮추겠다고 약속할 것으로 보인다.
브라운 장관의 최대 당면 과제는 무엇보다 보수당에 밀리고 있는 노동당의 인기를 반전시켜, 2009년 총선에서 노동당을 승리로 이끄는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영국 유권자의 50% 이상은 블레어 정부와 단절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레어 총리와 노동당은 말년 이라크전 참전, 정치자금 스캔들, 10년 장기 집권에 대한 유권자 염증 등으로 지지율이 추락했다.
반면 보수당은 환경보호와 양성평등 제도화 등 전통적 좌파 정책까지 파격적으로 수용하며 변신에 성공하고 있다. 2일 치러진 지방의회 선거에서 노동당은 겨우 26%를 얻어 보수당(47%)에 참패했다.
40세의 데이비드 캐머런 보수당 당수는 ‘옷을 바꿔 입은 블레어’란 말을 들으며 대중에게 접근하고 있다. 캐머런은 보수당이면서도 복지를 강조하고 북극 곰을 끌어안는 포즈를 취하며 환경에 관심을 보이고, 부엌에서 설거지하는 모습을 TV에 공개해 여성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무뚝뚝한 ‘일벌레’로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 브라운 장관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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