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철강 독자생존의 길을 선택했다. 그동안 포스코와 일본 JFE스틸에서 열연강판을 공급받아 냉연강판 제품을 만들어 온 동부제강이 고철로 쇳물을 만드는 전기로를 건설, 연간 250만톤의 열연강판을 직접 생산키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열연강판 시장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투톱 구도에서 동부제강을 포함한 삼각 구도로 전환하게 됐다. 만성적인 공급난에 연간 600만톤 이상 수입되던 국내 열연강판 수급에도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냉연 및 표면 처리 강판 전문 제조업체 동부제강은 10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경영설명회를 열고 2009년6월까지 충남 당진군 동부제강 아산만 냉연공장 바로 옆에 연산 250만톤 규모의 열연강판 생산공장을 새로 건설키로 했다고 밝혔다.
동부제강 관계자는 "그 동안 원료인 열연강판을 국내외 업체로부터 구입해 왔으나 최근 열연강판의 수급상황이 불안해 어려움이 컸다"며 "전기로를 건설해 열연강판을 직접 생산함으로써 안정적 사업 운영이 가능하고 수익성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동부제강은 연간 250만톤의 열연강판을 생산, 200만톤은 냉연공장의 자체 소재용으로 쓰고, 50만톤은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동부제강은 총 투자비 6,200억원 가운데 1,200억원은 자기 자금으로, 5,000억원은 한국산업은행 등의 외부자금으로 조달할 방침이다. 포스코처럼 철광석과 유연탄을 사용하는 고로 공법 대신, 고철을 녹이는 전기로 방식을 채택한 것은 투자비가 고로에 비해 적은 데다 고철(철스크랩)을 원료로 사용하는 만큼 환경친화적이기 때문이라는게 동부제강 설명이다.
동부제강은 특히 열연공장이 완공되면 생산된 열연제품을 바로 옆의 냉연공장으로 옮겨 사용할 수 있는 만큼 물류비용도 대폭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원재료인 열연부터 냉연제품까지 일관 생산 체계를 갖게 됨으로써 회사의 수익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동부제강축은 "냉연업체로만 머물 경우 아무리 호황이라도 영업이익률이 6%를 넘기기 힘들다"며 "그러나 열연강판을 자체생산하게 되면 적어도 8.5%의 영업이익률을 확보할 수 있어 2011년 이후에는 연간 4,000억원의 현금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업계 반응은 아직 유보적이다. 무엇보다 전기로 원료인 고철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최근 전세계적인 철강재 수요증가로 고철값이 금값으로 치솟고 있는 점도 걱정이다.
전기로의 경우 고로에서 생산하는 열연강판에 비해 제품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도 문제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너지 효과는 동부제강이 얼마나 고품질의 열연강판을 생산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추가 기술선 확보 등 아직 풀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 포항강판 현대하이스코 동부제강 유니온스틸 등 국내 5대 냉연업체 가운데 최근 포스코 계열의 포항강판과 동국제강 계열의 유니온스틸이 전략적 제휴를 맺었고 현대하이스코가 현대제철 계열이란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며 "현재로선 파트너가 없는 동부제강이 험난한 독자생존의 길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