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자신의 당선에 항의하는 시위가 주요 도시에서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중해에서 호화 휴양을 보내 도마에 오른 것이다.
사르코지는 당선이 확정된 7일 선거기간 동안 쌓인 피로를 씻고 향후 정국 구상을 위해 사흘 일정으로 지중해 휴가를 떠났다. 여기까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를 반대한 현지 언론들도 6일 개표 후 사회당 지지자들의 격렬한 시위와 방화 등 대선 후폭풍이 지속됐음에도 그의 휴가에 대해 토를 달지 않았다.
논란은 그의 휴가 행태가 알려지면서부터 불거졌다. 한 인터넷 언론이 8일 사르코지가 부인 세실리아와 아들 루이를 데리고 언론 재벌인 친구 뱅상 볼로레 소유의 전용기를 타고 지중해 몰타로 떠나 볼로레 소유의 호화 요트 ‘라 팔로마’호에 머물고 있다고 보도했던 것. 길이 60m의 이 요트는 사흘간 임대료만 11만 유로(1억3,700여만원)에 달한다.
사르코지는 선거가 끝난 6일 밤 파리 샹젤리제의 최고급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 구설수에 오른 터였다. 선거운동 때도 사회당측으로부터 언론 재벌들과 유착됐다는 공격을 받았다. 논란이 커지자 사르코지 당선자 측은 “며칠 간 개인적인 휴가를 보낸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내리 3번 대선 패배로 내홍을 겪고 있는 사회당과 좌파 성향의 언론들은 이번 사안을 그냥 넘길 것 같지 않다. 사회당으로선 이번 휴양건을 사르코지의 ‘친 재벌성향’과 연결시켜 당의 사활이 걸린 내달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는 최대의 호재로 삼고 있는 것 같다.
선거에 패한 세골렌 루아얄의 고문이었던 파트릭 메뉘시는 “개인이 휴가를 즐길 수 있지만 대통령이 됐을 때는 다르다”며 “서민 대통령의 약속을 어긴 것이고, 더욱이 볼로레 요트를 이용해 친 재벌의 우려를 보여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당선되자 마자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사르코지는 10일 파리로 돌아와 노예제 폐지 기념 연례행사에 참석한다. 측근들은 그가 장관 절반 감축, 35시간 근로제 폐지 등 ‘집권 100일 개혁안’을 발표, 분위기를 반전시킬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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