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ㆍ미디어 분야에 이어 비철금속 산업에서도 국제적 인수ㆍ합병(M&A) 열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미국의 세계적인 1차 알루미늄 생산업체인 알코아는 7일 캐나다 경쟁사인 알칸에 대해 330억 달러(약 30조원ㆍ부채 포함)의 적대적 인수를 전격 제안했다.
알코아의 적대적 M&A 카드는 2년여에 걸친 양사의 우호적 합병 논의가 결렬된 데 따른 막판 승부수. 그러나 러시아와 중국 업체의 맹추격 속에 알코아 역시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호주의 BHP 빌리턴사 등에 피인수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세계 비철금속 및 광산업계의 연쇄 M&A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예측불허인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부채를 뺀 알코아의 알칸 인수가격은 현금 지급 및 주식 교환 방식을 합쳐 총 269억 달러. 알칸 주식 1주당 현금 58.60 달러 및 알코아 주식 0.4108주를 배정하는 방식이다.
이는 알칸의 현 주가(4일 종가 기준)에 20%의 프리미엄을 붙인 수준. 알코아의 알레인 벨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2년 동안 알칸 경영진과 다양한 합병 방안을 놓고 협상했지만 성과를 얻지 못해 마지막 카드로 공개 인수를 제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알코아의 제안은 지난 4년간 국제 알루미늄 가격이 2배로 뛰어오르는 사이 러시아와 중국 업체에 시장점유율을 지속적으로 잠식 당해온 상황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현재 전 세계 알루미늄 생산량의 40%, 시장의 35%를 좌우하며 알코아와 알칸으로 대표되는 북미 알루미늄 업계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3월 러시아 수알(SUAl)사와 스위스의 원자재 거래사인 글랜코어사가 합병해 출범한 러시아의 루살(RUSAL)사가 연간 400만톤의 생산력을 확보, 알코아(350만톤)를 추월한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제안은 북미 메이커의 시장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승부수 성격이 짙다.
실제 알코아와 알칸이 손잡을 경우 합병회사의 연간 생산량은 러시아 루살의 2배에 가까운 780만톤에 이르고, 연간 판매액 역시 540억 달러로 루살의 5배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현재로선 알코아와 알칸의 '북미연합'이 성사될 지는 미지수다. 우선 양사 간 우호적 합병 논의가 결렬된 데서 드러나듯 이해 불일치가 여전하다. 또 1928년 원래 한 회사였던 알코아와 알칸을 강제 분리시키는데 적용됐던 반독점법을 어떻게 극복할지도 관심사다.
특히 알코아 외에도 알칸을 교두보 삼아 세계 알루미늄 시장의 주도권을 노리는 세력이 많기 때문에 향후 M&A 구도는 더 복잡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철을 포함한 세계 금속업계는 전반적 호황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지난해부터 M&A 붐을 일으켜왔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만 1,765억 달러, 1,145건의 M&A가 이루어졌고, 올 들어서도 인도 철강업체인 힌델코사의 55억 달러 규모 M&A를 포함해 모두 554억 달러 규모, 473건의 M&A 및 시도가 나왔다.
뉴욕=장인철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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