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급등한 증시가 8일 숨 고르기 양상을 보였다.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감이 작용했다.
증시 일각에선 외국인의 차익실현 매물과 연중 최저수준으로 하락한 환율, 글로벌 유동성 과잉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증시 조정의 빌미를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이번 주 중반 미국과 중국에서 물가지표가 연이어 발표될 예정이어서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외국인은 이 달 들어 2~7일 4영업일 연속 2,665억원 어치를 팔았다. 8일에는 1,174억원 어치 순매수했지만, 그 동안 가파른 상승에 따른 부담으로 차익 실현에 나서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러나 이 같은 외국인의 매도세가 대세상승이라는 증시 전반의 분위기를 돌려놓을 만큼 큰 흐름을 형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증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과열된 증시를 한 템포 죽이며 쉬어가는 정도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외국인의 주요 매매 종목을 살펴보면 그 이유는 더욱 분명해진다. 외국인이 최근 매도한 종목은 상승폭이 컸던 기계와 운수장비, 금융업종 등으로 제한된다.
이들 업종의 상승률은 코스피 지수 상승률을 크게 웃돈다. 올들어 코스피 지수는 4일 기준으로 9.3% 올랐는데 운수 장비업은 27%, 기계업은 45% 각각 올랐다. 이 두 업종에서 매도가 많이 나온 것은 차익실현의 목적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김현태 대우증권 연구원은 “매도 규모가 7일을 제외하고 하루 평균으로 600억원 정도에 그쳤다”며 “외국인들은 오히려 전기전자 업종에서 꾸준한 매수세를 보여 외국인이 시장 전체를 보고 매도했다기보다는 단지 이익실현을 위한 매매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우현 교보증권 연구원도 “ 외국인이 4월 이후 사들인 규모가 2조4,000억원 정도인데 비해 최근 4일 동안 매도한 물량은 2,500억원으로 기조적인 매도로 볼 수 없다”며 “특히 그 동안 오르지 못한 정보기술(IT)주에 대해 매수세가 유지되고 있고 하반기 이후 IT주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있어 쉽사리 증시에서 이탈할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연중 최저 수준의 환율과 글로벌 유동성 과잉에 따른 물가상승 우려감이 향후 가장 경계할 부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4년간 지속된 대세상승기에서 단기 급락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 환율과 물가이기 때문이다.
이현주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2003년 3월 이후 코스피가 7% 넘게 조정을 받은 사례는 7번인데 모두 원화의 급격한 절상과 인플레 우려가 작용했다”며 “원화의 급격한 절상은 수출업종을 중심으로 수익성 악화를 가져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도 문제지만 물가가 더 중요한 변수”라며 “환율은 한국 기업들에게만 영향을 주는데 비해 물가는 글로벌 증시 전반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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