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21~23일에 거행된 야스쿠니 신사의 '춘계대제'에 때맞춰 비쭈기나무 화분을 '내각총리대신' 명의로 봉납했다.
야스쿠니 신사에 대한 일본 총리의 봉납은 1985년 나카소네 야스히로 당시 총리 이래 20여 년 만이다. 비쭈기나무는 동백나무 비슷한 상록수로, 일본 신토(神道)에서는 이 나무를 신령한 나무로 여기고 의례에 널리 사용한다.
아베 총리의 이번 비쭈기나무 봉납을 두고, 일본에서는 당장 화분 값 5만 엔이 공금으로 지출됐는지 여부가 논란인 모양이다. 그것이 헌법의 정교분리 원칙에 어긋나는지를 가리는 중요한 잣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관심은 다른 곳으로 쏠린다. 아베 총리의 이번 봉납이 참배 행위를 대신해 야스쿠니 신사에 강한 정서적 연대를 표시하려는 행위일 가능성이다.
그것이 아베 총리의 뜻이라면, 야스쿠니 문제에 대한 한중 양국의 반발을 '외교적 압력'으로 여기며, 한중 양국에 대한 반감을 조금씩 키워 온 일본의 여론을 더욱 자극하는 요인이 될 만하다. 또한 그것이 다시 한국의 반일 정서를 자극하는 등 악순환의 고리를 단단하게 할 것이다.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 참배 문제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자세를 보여왔다. 고이즈미 전 총리가 한중 양국과의 외교 마찰을 무릅써가며 참배를 강행한 것과 달리 아베 총리는 참배 여부를 밝히지 않는 '소극책'으로 외교 마찰을 피해왔다.
더욱이 지난해 취임 직후 한중 양국을 제일 먼저 방문하는 등 아시아 중시 태도를 강조함으로써 사실상 참배를 포기했다는 관측을 불렀다. 지난해 춘계대제 참배 이래 지금까지 참배를 하지 않은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그런데 '사정이 있어서 참배하지는 못하지만 마음만은 늘 야스쿠니에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면 그 자극성은 오히려 참배 행위보다 크다. 더욱이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방문 직후에 춘계대제가 거행됐다는 점에서 이런 우려는 커진다. 불필요한 오해나 우려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아베 총리의 분명한 설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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