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대립으로 수 십년 간 피로 얼룩졌던 북아일랜드에 8일 역사적인 공동 자치정부가 출범했다.
30년 넘게 반목해온 신ㆍ구교도 세력은 2002년 붕괴된 이래 4년 만인 이날 권력 분점을 통한 자치정부를 출범시켰다. 자치정부는 3월9일 치러진 자치의회 선거결과에 따라 철저히 권력을 분점해 정부를 구성했다.
총리격인 수석장관은 강경 신교도 정당 민주연합당(DUP)의 이언 페이슬리 당수가, 부장관은 테러범으로 기소된 경력이 있는 구교도 정당인 신페인당의 마틴 맥기네스가 맡았다. 나머지 11개 각료직은 두 당을 포함해 연정에 참여한 온건파 정당들에 골고루 할당됐다.
이날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의 스토먼트 의사당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81세의 페이슬리 당수는 “가톨릭 세력, 이웃한 아일랜드와 협력해 자치정부를 이끌겠다”고 선서했다. 이어 맥기네스와 각료들도 “북아일랜드 경찰과 영국 법정에 따르겠다”는 선서를 했다.
페이슬리 당수가 “북아일랜드에 평화가 왔으며, 더 이상 증오가 지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자, 맥기네스는 “비관론자들을 놀라게 만들자”고 화답했다.
두번째 자치정부가 항구적 평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과거의 대립으로 돌아갈지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신ㆍ구교 대립으로 피폐해진 경제를 재건하는 것이 평화정착의 관건이란 지적도 있다.
1922년 아일랜드 독립 이후 영국령으로 남은 북아일랜드는 친 영국의 신교세력과 친 아일랜드의 구교간 반목으로 3,700여명이 희생되는 갈등의 역사를 지속해왔다. 양측은 99년 평화협정(굿프라이데이)을 체결 이후 한때 자치정부를 구성하기도 했다.
이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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