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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완의 투자 클리닉] 계속되는 '8월의 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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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완의 투자 클리닉] 계속되는 '8월의 亂'

입력
2007.05.08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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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증권업계에 몸 담아온 지난 20여년 간 가장 큰 의미가 있었던 사건은 2003년 8월에 일어났다. 정기예금 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4%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언뜻 보기에는 그게 뭐 대단한 일일까 싶지만, 그 사건의 파급력은 실로 어마어마해서 금융권에서는 ‘반란’으로까지 불렸다.

2004년 이후 국내 투자자들이 신문 지상을 통해 질리도록 본 표현 중의 하나는 ‘국내 증시의 재평가’다. 재평가란 글자 그대로 의미 있는 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상의 가치를 다시 평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기업실적 개선이나 경기 호전 등의 이유가 없는 상태에서 주가가 오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재평가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앞서 언급한 금리 하락이 바로 그 답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어보자. 외환위기 이전 한국은 금리가 10%가 넘는 전형적인 고금리 국가였다. 당시 은행 금리를 12%라고 가정하면, 월 100만원의 고정수입을 원하는 A라는 투자자는 은행에 1억원의 예금을 맡기는 것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2003년 8월 금리가 4%까지 떨어지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A씨가 여전히 월 100만원의 수입을 원한다면, 금리가 3분의 1로 곤두박질 친 만큼 3배의 원금, 즉 3억원을 맡겨야 하게 된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A씨의 수입은 전혀 늘어나지 않은 채, 필요한 원금 규모만 늘어난 것이다.

이를 주식시장에 적용해보자. 외환위기 이전 월 100만원씩을 꼬박꼬박 벌어들이는(또는 배당을 주는) B라는 기업이 있었다면, 금리 12%를 기준으로 할 때 B기업의 가치는 1억원이 적정했다.

그렇다면 금리가 4%로 떨어진 이후에도 B사가 여전히 월 100만원씩을 벌고 있다면,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어떻게 변했을까. 다른 모든 요인을 제외하고 금리만을 고려한다면, B사의 가치는 3억원으로 늘어난 셈이다. 특별히 매출이나 이익이 늘어난 것도 아니고, 경영환경에 변화가 생긴 것도 아닌데 기업가치가 저절로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과정이 바로 한국증시의 재평가다. 저금리 기조가 고착되면서 가치를 평가하는 모든 잣대가 변한 것이다. 이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기준으로는 적정주가를 산정할 수 없게 됐다. 이 같은 구조적 변화가 결코 짧은 시간 안에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기적인 주가 상승의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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