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영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대립이 격해지면서 이들 사이에 얽히고 설킨 애증 관계도 관심을 끌고 있다. 정치적 동지 관계로 시작된 이들의 만남은 의기 투합과 갈등을 거듭하다 결국 결별로 끝나게 됐다.
노 대통령과 정 전 의장의 인연은 1998년 7월 종로 재ㆍ보선에서 시작됐다. 부산에서 낙선한 뒤 재ㆍ보선에 나선 노 대통령 지원 유세에 당시 초선이었던 정 전 의장이 열성을 보이면서부터다.
두 사람의 밀월이 본격화한 때는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시절. 당시 노 대통령이 1위를 굳히면서 다른 후보들은 중도 하차했지만 정 전 의장은 경선을 완주하는 신의를 보였다. 또 선대위원장과 국민참여운동본부장을 맡아 대선 승리의 1등 공신이 됐다.
이들의 관계는 2003년 11월 우리당 창당과 17대 총선 승리로 절정을 맞았다. 노 대통령은 2004년 7월 그를 통일부 장관에 임명했고 그는 참여정부의 실질적인 2인자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노 대통령 실정 논란으로 우리당이 재ㆍ보선에서 연패를 거듭하면서 정 전 의장은 노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 했고, 지난달 27일 독대에서 범여권 통합론을 놓고 의견 충돌이 벌어져 파국을 맞은 것이다.
노 대통령과 김 전 의장의 관계는 조금 차이가 있다. 5공 청문회 스타였던 노 대통령과 재야운동권 대부였던 김 전 의장은 80년대 후반부터 민주화와 진보를 고리로 동지가 됐다. 2000년 한 토론회에 참석한 두 사람은 “우린 친구다. 함께 간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선 경선과정에서 후보 단일화 문제로 엇나가기 시작했고 대선과정에서 김 전 의장이 적극적인 지원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는 오해로 앙금이 쌓였다. 우리당 창당 과정에서도 김 전 의장은 뒤늦게 합류해 노 대통령측의 비난을 사야 했다.
이후 김 전 의장이 2003년 참여정부 성공 기원 서신을 보내 관계가 잠시 회복되는 듯 했다. 하지만 다음해 통일부 장관 입각 좌절에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문제에서 “계급장 떼고 토론하자”는 말까지 나오면서 사실상 파국이 시작됐다.
노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도 두 사람의 관계를 갈라놓은 사안이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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