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달 와와, 리버브(흔히들 ‘에코(echo)’라고 한다)…. 로커나 쓸 법한 음향 효과기들이 쭉 깔렸다. 비행기를 타고 호텔에 막 도착한 나이젤 케네디(51). 펑키 머리에 까칠한 수염을 하고 전자 바이올린을 앰프에 연결하더니, 함께 온 폴란드 출신의 재즈맨들과 스탠더드 한 곡을 신나게 연주해 보인다. 걸맞게 반바지 차림이다. 7일 오후 7시 30분 밀레니엄 힐튼 호텔은 때 아닌 재즈 클럽으로 변했다.
미리 부탁해 놓은 맥주로 틈틈이 목을 축이며, 때로 악동 같은 웃음을 띠며 쏟아지는 질문을 받아 넘겼다. “재즈는 지적(知的)인 요구가 많아 끌려요. 록보다 깊이가 있어 좋아하죠. 씌어진 것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클래식은 시체 같은 음악이라고나 할까요.” 비발디 <사계> 의 독특한 해석으로 세계에 엄청난 충격을 줬던 그가 아니다. 재즈 밴드, 나이젤 케네디 퀸텟의 리더로 내한했다. 사계>
그의 본령이라 할 클래식에 대해서는 “결혼하고 이혼한 뒤 다시 결혼하는 것과 꼭 같은 이치”로 비유했다. 그는 “재즈에서는 모든 음표 하나 하나가 다르게 다가온다”며 “(클래식과 재즈는) 음 자체의 감도가 다른 만큼 또 다른 기교가 필요하다”고 말해, 자신을 재즈 뮤지션으로 각인시키는 데 주력했다.
그는 재즈 전자 바이올린의 선배격인 프랑스의 장 뤽 퐁티에 대해서는 “매우 중요한 인물”이라 한 반면, 유사한 인물로 알려진 한국의 유진박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했다. 펑키 헤어 스타일을 고수하는 것은 “계약서에 그렇게 규정돼 있다”며 답을 대신했다. “더 이상 충격적인 것을 다 얘기 하면 본 공연이 재미 없잖아요. 직접 와 보세요.” 9일 성남 아트 센터 오페라 하우스, 10일 세종 문화 회관 대극장.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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