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경선 룰 공방이 계속된다면 누구에게 득이 될까, 결국 한나라당이 갈라질까. 전문가들의 진단을 받아봤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경선 룰 공방 격화의 원인을 이 전 시장쪽에서 찾았다. “현행 룰을 개선하지 않을 경우 자칫 박 전 대표에게 밀릴 수도 있으니 확실히 경선 승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룰에서 안전 장치를 마련하자’는 이 전 시장측의 셈법이 갈등을 고착화한다는 분석이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공방이 심해지는 이유로 박 전 대표측의 ‘언더독(underdogㆍ열세 후보)’ 전략을 꼽았다. 열세 후보가 자신의 지지도를 올리는 방법 대신 상대의 지지도를 낮추는 방법을 택하려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우세한 후보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네거티브 전략을 잘 사용하지 않지만 열세 후보는 자꾸 문제 제기를 해서 국면을 전환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박성민 민컨설팅 대표는 “양측의 샅바 싸움 이면에 ‘상대방이 후보가 돼서는 절대 안 된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대선주자들에 의해 당이 움직여지는 게 문제”라며 “한국 정당 문화 자체를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방 지속에 따른 후보간 득실에 대해서는 ‘이 전 시장측이 더 손해’라는 의견과 ‘양측 모두 손해’라는 의견이 맞섰다.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박 전 대표의 지지층은 비교적 견고한 편”이라며 “상황이 유동적으로 될 경우 지지층이 많고 불안정한 이 전 시장이 불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원택 교수도 “‘지지도가 높은 이 전 시장이 왜 양보하지 않느냐’는 부정적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김민전 교수는 “박 전 대표의 ‘부드러운 카리스마’ 이미지가 깨질 수 있고 이 전 시장도 당 개혁보다 개인 이익을 찾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면서 양측 모두 손해라는 입장을 보였다.
한나라당 분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전문가 5명 중 4명이 “배제할 수 없다”고 답했다. 김헌태 소장은 “마치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나가게 하는 것이 목표인 것처럼 보인다”며 “분당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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