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시장조사 기관인 IDC(www.idc.com)는 최근 ‘컴퓨터 관련 2007년 10대 전망’에서 보다 작고 스타일리시한 컴퓨터(PC)가 올해 20% 정도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러한 예측은 굳이 신뢰성을 운운하지 않더라도 쉽게 주위에서 감지된다. 휴대가 편하면서도 보기에 예쁜 제품을 선호하는 요즘 젊은 층을 위해 다양한 디자인 PC들이 대거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휴대폰, MP3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디자인이 뒤쳐져 있는 게 사실이다. 더구나 PC가 점점 디지털 가전제품 안에 내장되는 현실에서 단순히 외관 중심의 미학적 디자인만 강조하는 PC는 살아남을 수 없다.
이제 PC 디자인도 과거의 옷을 벗는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디자인과 기술(실용성)의 융합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의 소비패턴은 세 가지 단계로 나뉘어진다. 첫 번째가 본능 레벨로 브링크(Blink) 이론이다. 이는 소비자가 직관에 따라 제품을 2초 이내에 결정해 선택하는 유형이다. 이 단계에는 구매 동기가 주로 시각적이고 감성적인 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디자인 요소는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반면에 행동 레벨은 외관보다 실용성에 무게를 둔다. 최근 디지털 제품들이 부쩍 무선 기술이나 편리한 이동성, 휴대성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마지막 내재적 레벨은 바로 위에 언급한 본능 레벨과 행동 레벨이 서로 조화를 이룬 단계다. 동그란 연필은 보기 좋고 잡기 쉽지만 탁자에 놓으면 굴러 떨어진다. 사각형 연필은 떨어지지 않지만 손에 잡기 힘들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디자인과 실용성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고루 만족하는 오늘날의 육각형 연필이다.
PC 역시 마찬가지다. 단순히 쓰고 버리는 물건이 아니라 인간의 동반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신개념 디자인이 필요하다.
이제 PC는 연애시대를 끝내고 결혼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연애시대에는 갖고 싶다는 본능만 있어도 PC를 구입했지만 결혼시대에는 예뻐서 갖고 싶다는 본능 레벨과 써보니 편하고 좋다는 행동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술력도 밑받침되어야 한다. 과거 PC 본체는 중앙처리장치(CPU)의 열을 식히는 공간 확보를 위해 크기가 제한됐다.
그러나 코어2 듀오라는 새로운 CPU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성능을 유지하면서 전력 소모량과 발열량을 월등히 줄여 디자인 혁명을 가능하게 했다. 이를 계기로 PC 디자인 관련 좌담회나 PC디자인 공모전 등이 속속 열리고 있다. 이제 머지 않아 가보처럼 대대로 물려 쓸 수 있는 획기적인 디자인의 신개념 PC가 등장할 지도 모를 일이다.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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