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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이건 어때요?] 박명재 장관 "좋은 아이디어엔 상금·포상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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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이건 어때요?] 박명재 장관 "좋은 아이디어엔 상금·포상 고려"

입력
2007.05.08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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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재 장관과 박원순 상임이사, 이종승 사장은 ‘국민제안 민ㆍ관 공동프로젝트’ 공동기획의 의미와 성과, 앞으로의 발전방향 등에 논의했다.

박 장관은 “국민 참여 독려, 명품 정책 생산 등을 위해 아이디어 제안자에 대한 포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박 이사는 “한국사회를 질적으로 향상시키는 새로운 실험 모델”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이 사장 역시 “국민의 적극적 관심과 참여를 불러일으키도록 시민의 제안을 '공론화'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박명재 행정자치부장관_ 국민들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국정에 반영되길 원한다. 국민의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창조적 정책을 함께 개발하는 ‘민관 공동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참신한 생각으로 ‘명품 정책’을 만들어 다시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뜻 깊은 프로젝트다. 다른 부처도 더 많은 관심과 의지를 갖고 정책에 반영하는 계기로 삼겠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_ 정부와 시민사회, 언론이 함께하는 모델의 출발점이다. 시민 제안을 시작할 때만 해도 잘 될지 의문이었는데 많은 관심을 받았다.

국민이 정책의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강한 참여 의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민ㆍ관ㆍ언 공동의 노력으로 한국사회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확신한다.

이종승 한국일보 사장_ ‘시민의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꾼다’에 대한 보고를 맨 처음 받곤 신문사가 할 수 있는 제 기능, 곧 공공성에 부합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 장관_ 정부도 적극 나서겠다. 전시회도 열고 아주 좋은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훈장을 준다든가 장관상, 표창 수여도 고려해 보겠다.

박 이사_ 시민들은 대부분 ‘제안을 내 봐야 제대로 되겠냐’는 마음에 자포자기 해왔다. 정부에서 많은 관심을 보여준다면, 개선 사항을 더욱 적극적으로 찾게 될 수도 있다.

박 장관_ 아이디어가 채택돼 예산 절감, 행정 능률 향상 등의 효과가 있으면 포상하겠다. 관련 캠페인 포스터를 만들어 지하철 등에 붙여 참여를 독려하는 것도 방법이다.

중요한 건 국민의 눈높이에서 바라봐야 한다. 정부의 눈높이로 보면 ‘참고 살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건 아니다. 귀를 열어놓고 눈을 낮추면 뭔가 보이는 게 있다.

박 이사_ 이번 기획이 마치 잘못을 지적하는 것처럼 보여 공무원들이 수동적으로 대하곤 하는데 그게 아니다. 앞으로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보자는,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제안을 내는 거다.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건 큰 정책이 아니라 작은 것들, 손에 와 닿는 그런 것들이다.

이 사장_ 버스 번호판 표시를 전등으로 한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내가 탈 버스인지 아닌지 멀리서도 쉽게 알 수 있다. 이런 작은 변화처럼 실생활에서 불편한 소소한 것들을 혼합해서 정책에 반영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박 장관_ 한국일보 지면을 통한 중간 점검도 필요하다. ‘이렇게 하고 있다’ 식으로 진행상황을 보도한다면, 정책 담당자도 책임감을 느끼고 제안자도 ‘아, 다루고 있구나’하고 느낄 수 있게 된다.

이 사장_ 채택된 아이디어의 추진 과정이 있다면 항상 알려달라. 기자들 역시 진행상황을 잊지 말고 취재하겠다.

박 이사_ 원래 영국의 ‘사회 창안 연구소’ 웹사이트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런데 최근엔 행자부ㆍ한국일보와의 파트너십 때문인지 우리가 훨씬 더 잘 되고 있다.

세계적 모델이 될 수도 있다. 올해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 ‘사회 창안 인터내셔널’ 같은 국제회의도 열까 고려 중이다.

박 장관_ 이 프로젝트가 좋은 결실을 거둬 명품 정책이 나오도록 소임을 다하겠다. 희망제작소와 한국일보가 시민 아이디어를 보완ㆍ발전ㆍ숙성시켜 구체성과 실현가능성을 담보해 주는 만큼 실제 정책에 반영될 확률이 높다. 정책 자체의 질도 훨씬 높아지는 것 같다.

이 사장_ 공동기획이 일과성으로 끝나지 않고 성공을 거두는 국민 프로젝트가 되도록 한국일보도 더 열심히 취재해 보다 많은 국민들에게 더 널리, 효과적으로 알리겠다.

정리=김정우기자 wookim@hk.co.kr

■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이건 어때요? 시민의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가 마련한 희망의 창구에서 시민의 아이디어가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현실화하고 있다.

‘은행 수수료 선(先)공지’ 등은 시민 편의를 위한 기분 좋은 변화다. 현금인출기에서 수수료를 몰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돈을 찾는 일이 사라진다. ‘은행 수수료 선공지’ 제안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자행카드뿐 아니라 타행카드에 대해서도 올해 안에 수수료를 먼저 알려주겠다고 밝혔다.

유통기한 표시 기준도 알아보기 쉽게 변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식품 표시 기준을 상반기 중 개정해 유통기한과 제조일자를 제품의 앞면 상단에 큰 글씨로 표시하도록 했다. 또 판매기한을 뜻하는 유통기한이란 용어를 ‘소비(사용)기한’ ‘품질유지기한’으로 바꾼다.

여성, 아동,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아이디어는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유통기한 점자표시, 부드러운 볼라드(자동차 진입 억제용 말뚝) 등은 시각장애인들이 지속적으로 주장해왔지만 정책에 반영되지 않았던 것들이다.

식약청은 식품 생산량의 10%를 점자표시 하도록 권장기준을 마련했다. 서울시는 자체 조사를 통해 20%에 달하는 불량 음향신호기를 6월 말까지 교체키로 했고, 종로구는 규정을 어긴 볼라드 230개를 제거하고 탄성력이 있는 폴리우레탄 재질의 볼라드로 바꾸고 있다.

매달 손해를 봐야 했던 ‘수영장 생리할인’은 아이디어가 공론화 된 후 송파구에서 관내 수영장 이용료 할인을 약속했다. 아이를 마땅히 맡길 곳이 없는 부모들을 위한 시간제 임시탁아소도 여성가족부가 기존의 보육시설에 활용하는 방안으로 법 개정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이현정기자 agada20@hk.co.kr

■ 협약식 참석한 시민 제안자들

“시민이 주체가 된 세상의 출발점인 것 같아요”

8일 ‘국민제안 민관 공동 프로젝트’ 협약식에 참석한 김형주(26ㆍ가톨릭대 4년)씨는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이 제안한 ‘현금출금기 수수료 선공지’ 아이디어가 채택돼 ‘세상을 바꾸는 힘’으로 작용한 것을 똑똑히 봤기 때문이다.

김씨는 시민 아이디어가 반영된 데 대해 “정부나 공무원이 아닌 시민이 아래에서부터 세상을 변화시키려 노력한다는 점에서 가슴 벅차게 느껴진다”며 “이젠 시민들이 알면서 모른 척 넘어갔던 불편부당한 일들을 더 크게 소리 내어 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들의 답답한 속을 속시원히 풀어줘 고마울 따름이죠.”

‘부드러운 볼라드’ 아이디어를 낸 시민제안자 양남규(47ㆍ시각장애 1급)씨는 “그 동안 여러 차례 관계기관에 시각장애인의 의견을 전달했지만 무시됐다”며 “사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민관 공동 프로젝트를 지켜보며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의지를 알게 돼 뿌듯하다”며 “이제야 장애인도 생존권 차원에서 나아가 생활의 권리를 떳떳하게 찾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들이 안전하게 도로를 걷는 날까지 각종 ‘흉기’들을 지속적으로 제거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현정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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