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산하기관인 수원월드컵재단이 2002 한일월드컵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사용된 축구공(일명 안정환 볼)을 거액을 주고 구입하고서도 무상기증 받은 것처럼 속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7일 수원월드컵재단에 따르면 재단은 2004년 4월 안정환의 헤딩 골든골로 유명한 이탈리아전 축구공을 축구사료수집가 이모(46)씨로부터 무상기증 받아 영구전시한다고 발표했다. 이 사실은 당시 언론에 보도돼 국민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했다.
하지만 재단은 같은해 12월 안정환 볼 구입을 위해 1억5,000만원의 예산을 책정했으며 2005년 6월초 이씨로부터 볼을 구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예산심사는 당시 재단이사회 부이사장이었던 김용서 수원시장이 주재했다. 재단은 2003년에도 이씨로부터 4억8,800만원을 들여 2,000여점의 축구 물품을 구매해 경기장 1층 축구사료관에 전시해 놓았다.
재단은 그러나 2005년 6월18일 안정환 부부까지 초청, 손학규 전 지사와 김 시장 등에게 공을 전달하는 기증식을 가져 전 국민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였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증식이 5ㆍ31 지방선거를 11개월 앞둔 시점에 열려 재단 일에 영향력을 행사했던 김 시장이 선거운동에 이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직원 A씨는 “원래 김 시장이 공을 전달 받도록 돼 있었으나 사무총장이 도지사를 초청해 변경됐다”면서 “구입해 놓고도 무상기증 받는다고 홍보를 해 마치 범죄를 저지르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사료가치에 비해 구입비가 턱없이 비싸다는 점을 들어 6억원의 사용처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 시장은 “안정환 볼 구입은 재단이 전적으로 알아서 한 일로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대표팀은 안정환의 극적인 연장 골든골로 이탈리아에 2_1 역전승을 거두고 8강에 진출, 4강 신화의 토대를 마련했고 안정환 볼은 해당 경기 주심이었던 모레노(에콰도르)씨가 갖고 있다 이를 이씨에게 기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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