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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고액권 모델로 淸富의 상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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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고액권 모델로 淸富의 상징을

입력
2007.05.07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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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돈 세상이다. 돈이 세상을 돌리고 돈으로 인해 세상 사람들이 돈다. 아침에 눈을 떠서 저녁에 자리에 누울 때까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돈은 우리 곁을 맴돈다.

그냥 맴도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기쁘게도 슬프게도, 즐겁게도 괴롭게도 한다. 그런 돈이 시중에 넘쳐 나고 있다. 떠도는 돈이 무려 550조원이란다. 상상하기도 어려운 돈이다. 이 돈을 잡으려고 사람들은 혈안이 되어 있다.

신문의 <머니> 면 데스크를 맡고 있는 나는 매일 돈 이야기 속에 묻혀 산다. 그러면서 신문이 돈 벌기 이야기를 너무 많이 쓰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한국일보 뿐 아니라 대개의 신문이 <머니> 혹은 <재테크> 등의 타이틀로 1주일에 7~8개면을 할애한다. 부동산면까지 합하면 10개면이 넘고, 주기적으로 내는 특집면까지 더하면 신문에 돈 이야기가 차고 넘친다. 그런데 이 같은 과열은 기본적으로 독자들의 돈 벌기 욕구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문의 문제라고만 할 수도 없다.

우리 사회의 돈 벌기 열풍은 서점가에 넘쳐 나는 재테크 관련 책들이나, 오피스텔 분양을 받으려고 밤새워 장사진을 치는 진풍경에서 금세 확인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이 비단 우리 사회만의 것은 아니겠지만, 이처럼 유별난 나라도 드물 것이다. 그 열풍 중심에는 최근 수년간 몰아 닥친 부동산 바람이 있다. 이 광풍은 사람들의 저축 의욕도 꺾었다.

1998년 23.2%에 달했던 가계 저축률은 지난해 3.5%까지 추락했다. 집값이 급등하다 보니 한푼한푼 모아서 5년 뒤, 10년 뒤 내 집을 장만하겠다는 소박한 꿈이 이제 통하지 않게 됐다. 너도나도 대박 터뜨리기에 혈안이 되고, 감당하기도 어려운 빚을 내서 집을 사는 것이 대세가 됐다.

자고 나면 억,억 치솟는 집값에 연 4~5%의 금리는 결코 매력적일 수 없을 뿐 아니라 은행 빚 갚느라 저축할 여력도 없어졌다. 우리사회 돈 벌기 열풍의 실상은 이런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열풍은 자칫 사회 구성원들의 이기심을 극단으로 자극해 사회의 건강성을 해치고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가볍게 여기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자신에게 이익이 되면 누군가 피해를 보든 말든 상관할 바 아니라는 생각이 넘칠 때 공동체는 깨질 수밖에 없다. 경쟁이 사회발전의 동력인 것은 맞지만, 지나치면 갈등이 되고 싸움으로 번진다. 그 와중에 편법, 탈법이 쉽게 동원된다.

돈 벌기 열풍은 자녀교육으로 이어져 경제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어려서부터 부자되기를 가르치는 것이 유행이 됐다. 관련 책들도 많이 나와 있다.

그런데 대개는 부자되는 방법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왜 돈을 벌어야 하는지,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데는 소홀하다. 이런 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들이 장차 부자가 될 수 있을지언정, 어려운 이웃과 사회를 배려하는 아름다운 부자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때마침 한국은행이 5만원, 10만원 짜리 고액권을 발행한다고 한다. 이 참에 누구나 죽을 때까지 이용하는 돈의 참뜻을 돈을 통해 알려주는 것은 어떨까. 고액권의 도안 인물로 '조선시대 이씨' 같은 위인도 좋지만, 정당하게 돈을 벌어 아름답게 쓰고 간 부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청부(淸富)를 모델로 쓰면 어떻겠느냐는 것이다.

김상철 경제부 차장대우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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