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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FTA, 피해 산업은

입력
2007.05.07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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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한미 FTA 보다 농산물 등 민감 분야에서 피해가 적을 것이라는 예상이지만, 국내 일부 산업에는 큰 위협이 될 전망이다. 맥주, 와인, 위스키, 자동차, 의류 등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유럽 제품들이 국내 시장에 무관세로 들어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독일 네덜란드 등 맥주 종주국들의 저가 공세는 국내 주류 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맥주의 실행 관세율은 현재 30%에 이른다. 독일 맥주 한 병이 5,000원에 팔리고 있다면, 무관세가 될 경우 3,500원으로 가격이 뚝 떨어지는 것이다.

프랑스 와인도 현행 15%의 관세율을 떼고 한국에 들어올 경우, 10만원짜리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은 8만원대로 떨어진다. 칠레산 와인이 무관세로 들어오고 있고, 한미 FTA 발효후 미국산 와인이 무관세로 들어오게 되지만, 전통과 명성 면에서 프랑스 와인의 무관세화가 국내 주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에 따르면 수입산 와인 소비량이 크게 늘어나자 국내 전통주 소비량이 급감하고 있다. 여기에 관세율이 20%인 위스키까지 무관세로 들어오면, 국내 주류 시장은 외국산 위주로 완전히 재편될 수도 있다.

BMW 등 사치품의 대명사였던 유럽의 고가 자동차도 8%의 관세율 부담을 털고, 예정대로 특별소비세가 5%로 떨어지면 총 13%의 가격 하락을 예상할 수 있다. 1억원대 BMW 승용차의 가격이 현대자동차의 에쿠스 승용차보다 조금 더 비싼 수준까지 내려가는 것이다.

샤넬, 루이뷔통 등 명품 의류 브랜드에 대한 8% 관세도 철폐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EU는 와인, 의류, 시계 등의 상표 보호와 ‘짝퉁’단속 등 지적재산권 강화를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여 여파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EU의 냉동 삼겹살ㆍ닭다리, 탈지분유, 보리(맥아) 등도 관세가 철폐되면 국산 가격의 40%에 불과해 경쟁력이 높아진다. 그러나 김동수 재정경제부 경제협력국장은 “EU의 많은 국가들이 농산물 수입국가이기 때문에 미국과의 협상보다는 농업 분야에서 비교적 (협상이) 순조로울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 EU는 칠레, 멕시코와의 FTA에서 주요 민감 농산물 품목을 개방 대상에서 제외해 주거나 제외 받았다.

7일 오후 2시 서울 신라호텔에서 1차 협상을 시작한 양측은 전체회의를 가진 뒤 상품, 서비스ㆍ투자 등 분과별로 회의를 가졌다. 김한수 한국측 수석대표는“건설적이고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협의를 진행했다”며 “개성공단 제품이 한국산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뜻도 전했다”고 밝혔다. 1차 협상은 11일까지 계속된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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