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세계가 무대다] <19> 엔하이테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세계가 무대다] <19> 엔하이테크

입력
2007.05.07 23:32
0 0

발광다이오드(LED) 복합 응용 부품과 LCD 휴대폰 백라이트 등 첨단 고부가가치 전자부품전문 생산업체인 엔하이테크. LED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최고의 업체로, 코스닥에도 상장된 우량 중소기업이지만 아직 일반인에게는 낯선 회사다. 하지만 휴대폰 엘리베이터 냉장고의 표시창과 자동차 브레이크등 같이 우리가 항상보는 LED 제품 속에는 엔하이테크의 숨은 기술력이 숨겨져 있다.

●단칸방에서 시작된 꿈

인천 연수구 송도 첨단산업단지 내에 위치한 엔하이테크 기술연구소 내 사장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는 구약 성경의 한 구절이 적힌 큼직한 표구가 걸려 있다.

엔하이테크의 시작도 성경구절 만큼이나 미약했다. 박호진 대표는 군 제대 후 세계 최고의 LED업체인 일본 롬의 한국법인 롬코리아에 1984년 생산직으로 입사, LED 디스플레이 업계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독학으로 전자공학을 공부해 기술직으로 옮기며 일본 현지에서 LED 설계기술을 배웠다.

귀국 후인 1994년 4월 박 대표는 선배 등으로부터 7,000만원을 빌려 인천 간석동에서 중국식당 2층을 개조해 엔하이테크의 전신인 한국반도체㈜를 설립했다. 사업에 올인 하면서 4명의 가족은 모두 인근에서 단칸방 신세를 져야 했다.

어렵게 시작한 사업이라 박 대표를 비롯한 직원들은 초기부터 품질보증 및 고객만족체제 확립, 신기술ㆍ신시장 개척이라는 목표 아래 품질과 연구개발 분야를 분리해 개발에 몰두했다.

그 덕분에 후지텍재팬엘리베이터로부터 엘리베이터 표시기(인디케이터) 8개 품목의 개발 및 거래 승인을 얻었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6대 엘리베이터 제조회사에 제품을 납품할 수 있는 길을 열었고, 90년대 엘리베이터 인디케이터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외환위기를 기회로

97년 11월 한국경제를 뒤흔든 외환위기는 엔하이테크에 커다란 도전으로 다가왔다. 경기 침체로 발주업체들의 경영난이 심화하면서 생산물량이 외환위기 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박 사장은 흑자부도를 피하기 위해 12개 발주업체 가운데 3곳만 남겨두고 9개 업체와의 납품 거래를 중단했다. 당장 수입은 줄었지만 박 사장의 과감한 결단은 오늘날의 엔하이테크가 살아남을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이었다. 거래를 중단한 9개 업체 가운데 8곳이 부도가 났으니 자칫 흑자부도로 문을 닫았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박 대표는 일감은 줄었지만 직원은 감원하지 않았다. 대신 오전ㆍ오후반으로 근무 체계를 바꿔가며 위기를 버텼다. 만약을 대비해 박 대표는 자녀 이름의 통장까지 해약하는 등 사재를 털어 생산직 직원들의 퇴직금도 마련했다. 외환위기 전 달러 당 850~900원 선이던 환율이 1,800원 선까지 치솟으면서 수출에 몰두했던 엔하이테크에게 새로운 기회가 왔다.

박 대표는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금 모으기 운동과 국산품 사용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국내 발주업체들이 국산 LED 제품을 사용한 것도 정상을 되찾는 데 큰 힘이 됐다”고 회고했다.

외환위기가 시작된 지 6개월 만에 엔하이테크는 역경에서 탈출, 98년 5월 전 직원의 급여를 15% 인상했다. 그 해 엔하이테크는 전년 대비 68%의 신장세를 보였다. 해외 수출선도 크게 늘어났다. 어려움 속에서도 핵심 부품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한 엔하이테크는 ISO9001 품질인증을 획득하며 일본 후지제록스, 미국과 영국의 제록스 등으로 고객층을 넓혔다.

엔하이테크는 2000년 1월 경기 김포에 자체 생산공장을 설립하면서부터 본격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경영흑자가 이어지면서 2002년 10월 코스닥에 상장하고, 2003년 11월 300만 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다.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에 첨단 설비를 갖춘 현지 법인과 공장도 설립, 원가절감의 경영 기반도 마련했다. 2004년 12월에는 연구개발(R&D)센터를 준공해 연구 기반을 확보했다. 2005년에는 500만 달러, 2006년에는 2,000만 달러 수출탑을 잇달아 수상했다.

●성장은 계속된다

LED 시장의 확대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게 엔하이테크의 분석이다.

엔하이테크는 LED 광원 사업을 비롯해 자동차 전구용 LED, 조명전구 대체용 LED 등으로 LED 응용 제품 사업군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자동차 시장에 주력할 방침이다.

자동차 브레이크 등과 계기판 등에 사용되는 전구가 최근 LED로 바뀜에 따라 이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엔하이테크는 LED 응용 제품 사업을 위해 지난해말 박 대표가 투자한 엔텍LED를 자회사로 편입해 상장할 예정이다.

엔하이테크 노경복 홍보담당 이사는 “자동차 내비게이션을 비롯한 백라이트유닛(BLU)에 사용되는 기존의 수은 함유 CCFL BLU도 친환경적으로 개발해 공급할 계획”이라?“형광등을 대체할 조명기구용 LED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뒤 시장에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 엔하이테크 박호진 대표…생산직 사원이 CEO로

‘태양 아래 세상 가장 밝은 빛을 만들겠습니다.’

발광다이오드(LED) 전문 업체 엔하이테크 박호진(46) 대표는 글로벌 마케팅을 통해 세계 일류 제품을 만들어 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엔하이테크는 지난해 매출 384억원 가운데 310억원이 수출일 정도로 해외 비중이 높다. 국내 시장에서의 입지(업계 3~4위권)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R&D)에 대한 노력을 아끼지 않은 결과다.

박 대표는 “현재 미래 시장용 제품개발에 12억원, 기존 제품 개선에 10억원 등 전체 매출의 3% 가량을 연구개발 비용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R&D 덕분인 만큼 앞으로도 회사 성장을 위한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LED 시장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시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시장 다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LED 수요가 급증하는 자동차 부품 시장을 적극 공략해 시장 우위를 다지고, 미개척 분야인 가정용 조명전구 시장을 LED 제품으로 대체하겠다는 중장기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르면 내년부터 실내 거실등을 대체할 LED전구 제품을 선보일 전망이다.

박 대표는 주위에서 ‘회사의 이윤 창출뿐 아니라 지역 사회 공헌에도 앞장서는 진정한 기업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박 대표는 내년 중 인천 송도의 기술연구소 인근에 장애인 휠체어 전용 공장을 착공, 2010년 준공과 함께 장애인 100여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그는 “다른 생산업과 달리 작업 시 이동이 적어 전동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의 경우 어느 정도의 생산 기술만 익히면 작업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 “일반인들에 비해 오히려 집중력이 뛰어나 불량률이 적고 이직률도 낮아 회사로서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태훤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