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금전신탁의 소리소문 없는 인기 몰이가 지속되고 있다. 최근 3개월간 6조원이 넘는 돈을 쓸어 담았다. 적립식 펀드, 해외 펀드 등 펀드 열풍에 가려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지만, 보수적인 성향의 목돈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인 투자처로 각광 받고 있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말 41조 6,437억원이었던 특정금전신탁 잔액은 4월말 47조 8,918억원으로 불어났다. 3개월 새 증가액만 6조 2,481억원에 달한다.
특히 2005년 말(28조원)과 비교하면 20조원 가량 증가했다. 물론 지난해 7월 법인 MMF(머니마켓펀드)에 대한 익일매수제가 도입되면서 수시입출금에 제한을 받게 된 기업 자금이 특정금전신탁에 몰린 것도 한 원인이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발길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특정금전신탁이란 고객이 자신의 투자 성향이나 목적, 투자 기간 등을 고려해 운용 자산을 직접 지정하는 상품이다. 은행 등의 신탁에 돈을 맡기면서 채권이나 주식, 기업어음 등 운용대상을 특별히 지정한다는 의미에서 이렇게 이름이 붙여졌다.
하지만, 최소 수십억 원대의 자산을 굴릴 수 있는 거액 자산가가 아니라면 완전히 자유롭게 단독 펀드를 운용하면서 자산 운용을 지시하기는 어렵다. 개인이 펀드매니저 한 명을 고용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판매 회사가 투자 대상과 투자 기간 등이 확정된 몇 가지 유형의 상품을 제시하면 고객이 그 중에서 선택하는 방식이 통상적이다.
판매 회사가 적극적으로 신용 위험을 관리해 주기는 하지만 투자에 따르는 책임은 전적으로 고객 몫이다. 최근 워크아웃이 개시된 팬택계열의 기업어음(CP)이 편입된 특정금전신탁을 사들인 개인들이 워크아웃 동의 여부를 놓고 채권단과 마찰을 빚은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당연히 은행 예금과 달리 운용 실적에 따라 수익이 달라지며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
여러 고객에게서 돈을 받아 운용하는 펀드와 달리 개개인의 특성에 맞게 맞춤식으로 운영하다 보니, 신탁 금액이 최소 3,000만원 정도로 비교적 고액이다.
특정금전신탁의 매력은 정기예금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 펀드 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안정성에 있다. 보통 채권과 주식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때문에 정기예금에 비해 높은 수익률이 보장된다.
또 투자하는 채권의 만기와 신탁의 만기를 맞추면 이미 가입 시점에서 만기 때 받을 수익률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정성도 비교적 높은 편이다. 하루 짜리 콜론에 투자하는 콜특정금전신탁에서부터 CP에 투자하는 3개월 짜리,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채권에 투자하는 장기 상품까지 만기가 다양하다는 점도 매력이다.
최근에는 특정금전신탁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7일 현재 국민은행이 판매하고 있는 특정금전신탁은 10여종.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 주가연계증권(ELS), 분리과세 채권, 해외 펀드, 업종 대표 우량주, 콜론 등 다양하게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출시돼 있다. 외환은행의 경우 고객이 개별 주식을 직접 선정해 운용할 수 있도록 한 설계형 특정금전신탁 ‘UCC 트러스트’를 내놓아 인기를 끌고 있다.
국민은행 명동PB센터 심우성 팀장은 “은행 신탁이 펀드 등 간접투자상품에 밀려 고사 직전이었지만 다양한 투자 방식으로 활로를 모색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며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어 PB 고객들에게도 상당히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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