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공직자의 주요 사기업 소유ㆍ경영과 관련된 ‘이해 상충법’의 강화 문제를 둘러싸고 이탈리아의 전ㆍ현직 총리가 또 다시 격돌하고 있다.
중도좌파인 로마노 프로디 총리 정부가 고위 공직자에 대해 주요 사기업의 관리ㆍ경영은 물론 소유도 금지하는 쪽으로 법안 개정을 추진하자, 막대한 기업 주식을 보유한 우파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자신을 제거하기 위한 음모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해상충법’ 개정안 초안은 이탈리아 하원 헌법관계위원회에 계류 중이며, 14일 하원 본회의로 넘어간다. 초안에 따르면, 정치적 경력을 쌓기를 희망하는 부유한 기업인들은 자신이 소유 재산을 ‘백지 위임’하거나 그대로 기업에 남아 있어야 한다.
프로디 총리는 “모든 이들이 (전 재산을 포기했던) 성 프란체스코를 닮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백지위임은 섬뜩한 개념이 아니라 미국적 개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국적인 민영 TV 방송국인 ‘메디아셋(Mediaset)’을 소유한 미디어계의 거물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이 법안이 자신을 제거하기 위한 좌파들의 음모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베를루스코니는 “우리는 미국이 아니라 이탈리아에 살고 있다”고 반박한 뒤, 그 개혁 법안은 “정치적 암살 행위이며 좌파들이 자신들에게 가장 위험한 정적인 나를 제거하려고 하는 것을 보여 주는 추가적인 증거”라고 반발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120억달러 가치의 비상장 그룹인 지주회사 ‘피닌베스트’를 소유하고 있다. 여기에는 메디아셋을 비롯해 이탈리아의 최대 출판사 몬다도리, 금융서비스그룹 메디올라눔, AC 밀란 세리에A 축구클럽, 메두사 영화제작사가 포함돼 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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