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비만 치료제로 암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정종경(44·사진) 교수팀은 대사와 관련된‘AMP 활성 키나아제(AMPK)’라는 효소가 항암 기능이 있음을 처음으로 규명, 네이처 8일자 온라인을 통해 발표했다. 이미 임상에 쓰이고 있는 당뇨약을 암 치료제로 개발할 여지가 생겨 의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라일락에서 추출된 메트포르민(약 이름은 글루코파지)이라는 성분은 혈당을 떨어뜨리는 당뇨 약으로 널리 쓰였다. 이 성분은 AMPK를 자극, 대사가 활발해지도록 하며 결과적으로 혈당이 떨어진다. 지방분해도 촉진하므로 비만 치료제로도 연구가 한창이다. 하지만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돌이키는 기능을 한다는 사실은 밝혀진 적이 없다.
정 교수팀은 초파리 모델동물과 사람의 대장암 세포에서 AMPK의 항암 기능을 확인했다. 초파리에서 AMPK 유전자를 완전히 제거하자 초파리는 번데기 단계에서 모두 죽었으며, 분석결과 표피세포의 구조가 흐트러지고 염색체 개수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났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구조 이상과 염색체 이상은 암 세포의 전형적인 특징으로 꼽힌다. 더욱이 사람의 대장암세포에서 AMPK를 증강시키자 불과 2시간여만에 암세포가 정상세포처럼 멀쩡하게 구조가 회복됐다.
AMPK의 항암 기능이 알려지지 않았던 이유는 쥐에서는 AMPK 유전자를 모두 제거하는 것이 어려워 그 기능이 명확히 규명되지 못했기 때문. 정 교수도 대사작용, 운동기능과 관련해 AMPK 연구를 시작했다가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오자 처음에는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가 곧 새 발견임을 직감했다.
정 교수는“기존 당뇨 치료제를 항암제로 개발하는 것은 임상시험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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