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프로야구에 60대 감독의 ‘삼국지’가 벌어지고 있다.
SK 김성근(65) 감독을 필두로 한화 김인식(60), 롯데 강병철(61) 감독은 7일 현재 1~3위를 휩쓸고 있다. 예로부터 60세는 ‘누가 무슨 말을 하든지 이해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이순(耳順)이라고 했다. 실력과 경험을 겸비한 60대 승부사들은 혈기왕성한 40, 50대 젊은 감독과의 경쟁에서 앞서 ‘역시 구관이 명관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성근(조조), 관리의 대명사
‘관리 야구’를 신봉하는 김성근 감독은 인재를 알아보고 적재적소에 쓸 줄 아는 조조를 연상시킨다. 비록 적이라도 능력이 있으면 중용했던 조조처럼 김 감독은 무명이었던 김강민 박재상 박정권 등 숨은 보석을 발굴했다. “이름값으로 주전으로 뛰겠다는 생각을 버리라”는 김 감독의 일갈은 “영웅에게 출신을 논하지 말라”는 조조의 말과 비슷하다.
적절한 선수 기용으로 전력을 극대화한 SK는 15승2무9패로 단독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아직은 시즌 초반이라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고 전제한 이용철 KBS 해설위원은 “각 팀의 전력이 엇비슷하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코칭스태프의 작전 싸움이 중요하다. SK의 안정적인 팀 운영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김인식(유비), 덕장의 전형
김성근 감독이 조조를 닮았다면 ‘믿음의 야구’ 김인식 감독은 덕을 베풀어 인심을 얻는다는 점에서 유비와 비슷하다. 한화는 지난달 중순 5연패에 빠져 순위가 6위까지 곤두박질했지만 김인식 감독의 믿음은 여전했다. 4번타자 김태균은 “연패에 빠졌지만 감독님께서 태연하시니 선수들도 마음이 조급할 리가 없다”고 했다.
인화단결이 강점인 한화는 지난달 29일 광주 KIA전부터 신나는 6연승을 달렸다. 6위까지 추락했던 순위도 어느새 2위(13승1무10패)까지 치솟았다. 한화의 올 시즌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 지난해 아깝게 준우승에 그쳤던 김인식 감독은 “이제는 우승할 때가 됐다”는 말로 가슴속의 칼을 드러냈다.
강병철(손권), 숨은 실력자
강병철 감독은 지난 84년 38세의 나이로 롯데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안겼다. 혈기왕성하던 30대 후반에 롯데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강 감독은 지난해 이순의 나이에 롯데 지휘봉을 다시 잡았다. 부하의 장점은 존중하고 단점은 못 본 척한 손권처럼 유연한 리더십이 돋보인다.
롯데는 우승후보 SK 한화와 비교하면 전력이 떨어진다는 게 야구계의 평가. 하지만 강 감독의 지휘 아래 롯데는 주말 3연전에서 40대 감독의 선두주자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삼성에 7연패의 수모를 안기며 3위로 올라섰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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