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레스토랑에 가보고 싶어요. 아직 안 가 봤거든요.”
1년에 한 차례 꼴로 한국에 들렀는데 이번엔 뭘 하고 싶냐는 질문을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27)은 이렇게 받았다.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포장 마차’라는 단어를 뒤늦게 떠올리고는, 깔깔댄다.
이야기 도중 영어 단어가 자주 나오긴 하지만 사라 장의 한국어 발음은 상당히 또렷하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고 믿기 힘들 정도다. 오르페우스 체임버 오케스트라와의 내한 공연을 위해 한국을 찾은 사라 장은 7일 한 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딱 하룻밤만이라도 포장 마차, 노래방, 클럽 같은 한국의 독특한 놀이 문화를 즐겨보고 싶은데 스케줄이 바빠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화려하고 강렬한 곡과 큰 스케일의 무대를 주로 선보였던 사라 장의 색 다른 모습을 느껴볼 수 있는 기회다. 그가 들고 온 레퍼토리는 실내악 단체와 함께 하는 비발디 <사계> . 섬세하고 깊이 있는 무대가 기대된다. 사계>
오르페우스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지휘자를 두지 않고 자체적으로 악장와 수석을 정하는 단체다. 이미 몇 차례 호흡을 맞춰본 사라 장은 “단원들이 동등하게 책임감을 갖고 있는 오케스트라”라면서 “아이디어 토론을 활발히 겸하며 리허설을 하는 까닭에 연주보다 말을 더 많이 할 정도”라고 소개했다.
<사계> 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이다. 괴짜 바이올리니스트 나이젤 케네디, 실내악단 이 무지치, 파비오 비욘디가 이끄는 에우로파 갈란테 등 유명한 음반도 많다. 3년 전부터 이 곡을 혼자 익혔다는 사라 장은 “너무나 다양한 해석들이 존재하지만 부담스럽지는 않다. 오히려 그래서 더 흥미롭다”고 말했다. “브람스나 베토벤은 구조가 단단하게 짜여져 있기 때문에 나만의 개성을 넣기가 쉽지 않아요. 하지만 <사계> 에는 자유로움이 있죠. 작곡가의 틀에서 벗어나지는 않는 한도 내에서 나만의 색깔을 입히려고 합니다.” 사계> 사계>
사라 장은 한국에서 5회의 공연을 마친 후 바로 뉴욕으로 건너가 오르페우스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함께 <사계> 를 녹음한다. 여름에도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 유럽 투어, 남미 투어 등으로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한다. 9세에 데뷔한 이래 20여년 동안 세계를 여행하며 살아오고도 그는 “비행기 타는 게 너무 즐겁다”고 했다. “비행기에는 전화나 팩스, 이메일이 없잖아요. 아무에게도 방해 받지 않는 유일한 시간이라 비행기 타는 걸 즐겨요.” 사계>
지칠 줄 모르는 사라 장의 모습은 11일 대전 문화예술의전당, 12ㆍ15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3일 경기도 문화의전당, 1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확인할 수 있다. 1577-5266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