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사이에 당 해체냐, 통합이냐를 놓고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노 대통령과 정동영 전 의장이 설전을 벌인 단독면담 내용이 일부 공개된 데 이어 노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 브리핑에 글을 올려 격렬한 비난으로 논쟁의 한 가운데에 뛰어들었다.
노 대통령은 자신을 '정치인 노무현'이라고 규정하고 정 전 의장과 김근태 전 의장을 '당신들'이라고 호칭하면서, 당 해산과 경선 불참이 '도리에 맞지 않는 구태 정치'라고 주장했다. 동네사람 아무에게나 삿대질을 하는 천박한 모습으로 보인다.
일견 정권의 진로를 두고 심각한 논쟁을 벌이는 듯 하지만 실상은 간단하다. 그 내용이 아무리 치열하다 해도 이미 숨을 거둔 정당에 대해 판정이 엄정한 이상 국민의 입장이나 직접 이해와는 동떨어진 것이다. 다만 한 때 정권을 공유하고 향유하며 책임을 나누어 졌던 핵심들의 이별 과정이 최소한의 격조도 버린 채 이렇게 처절하고도 노골적인가 하는 인상만이 뚜렷해진다.
이 싸움에서 적어도 확실한 것은 열린우리당으로는 대선은 물론, 다음 총선도 치르기 어렵다는 점을 모두가 알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말하는 통합이든 정ㆍ김 전 의장이 말하는 해체든 국민 앞에 나서서 표를 달라고 하기 위해서는 당의 간판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인식만큼은 자기들끼리도 같다.
그러나 살 길이 절박하다고 해서 대통령의 신분을 버리고 정치인으로 돌아가 가담해야 할 싸움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노 대통령은 "소중한 가치가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침묵할 수 없다"고 했지만 탈당한 대통령이 당 진로의 향배에 대해 목청을 더 높이는 논쟁의 주역이 되는 것은 어느 모로나 온당치 않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과 역사를 주장했지만, 그가 먼저 할 일은 집권 기간에 대한 반성과 비판에 대한 겸허한 자세다. 탈당과 해체가 뻔뻔한 기만이라면, 맹목적인 열린우리당 옹호는 빗나간 오만이다.
어제 열린우리당 탈당 그룹이 창당한 '중도개혁통합신당'이라는 신당 역시 같은 언저리에 있다. 집권 내내 괴롭고, 말기에 어지러운 이중고를 국민은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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