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영등포 열린우리당사. 북한을 방문하고 전날 돌아온 김혁규 의원 일행이 남북간 합의사항이라며 7가지를 발표했다. 임진강 한강 예성강 하구 개발, 서울 개성간 남북평화대수로 개통, 해주시 주변 중공업단지 조성 등으로 내용은 화려했다. "이대로만 된다면 남북 경제교류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하나하나 뜯어봤더니 의문이 생겼다. 정부가 총력 지원한 개성공단도 4년 만에 공장 20여개가 겨우 들어섰는데 해주에 또 중공업단지를 만들겠다는 것이나, 환경문제 등 논란이 많은 대운하를 남북 사이에 뚫겠다는 구상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예성강 하구개발에 대해 한 전문가는 "남북이 이미 합의한 한강 하구개발도 북한 군부의 반대로 실행이 안되고 있는 마당에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합의 주체도 문제다. 이번 방북단의 파트너였던 북측 민족화해협력위원회는 남북간 민간교류에 관여하는 조직이다. 아무리 북한 사회가 민간과 당국간 구분이 불분명하다고는 해도 민화협과 남측 국회의원의 합의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구심이 이는 것은 당연하다.
사실 3월 이해찬 전 총리 방북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는 서울에 돌아와 "북측이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 해결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최근 열린 적십자회담에서 북측은 이와는 정 반대되는 행동을 보였다.
정치인의 방북에 뒷말이 많았던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성과를 부풀리고 정치적 이익을 위해 책임지지 못할 일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북측도 정치인과의 합의를 남북회담에서 압박수단으로 이용해왔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토로다. 이런 식의 전시성 방북과 과시는 더 이상 국민의 시선을 끌지 못한다. 정상적 남북관계의 진전만 방해할 뿐이다.
정치부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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