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법(猫法)’의 작가 박서보(76)를 경기도미술관이 초대했다. 10일부터 7월 8일까지 근작 80여 점을 선보이는 개인전을 연다.
‘묘법’은 그가 30년 넘게 매달려온 작업이다. 처음에는 물감이 완전히 마르기 전에 연필로 반복적인 선을 그었고, 1980년대 말부터는 한지를 물에 불려 세 장씩 세 번 바르고 다 굳기 전에 연필로 선을 그어 밭이랑 같은 골을 냈다. 가지런히 늘어선 골 하나하나가 최소한 100번 이상씩 그어서 생긴 것이다.
끈질지게 계속해온 이 연작은 내내 흰색이나 검정의 무채색 단색 화면을 유지하다가 2000년 무렵부터 빨강, 파랑, 연둣빛 등 다양한 색채로 바뀐다. 근작을 모은 이번 전시가 ‘박서보의 오늘, 색을 쓰다’라는 제목을 달게 된 연유다. 원하는 색을 만들기까지 몇 번이고 덧칠을 거듭해서 나온 그의 색채는 강렬하면서도 우아하다. 이처럼 고되고 인내심을 요하는 작업에 대해 그는 “묘법은 그리는 법, 그 자체”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워내는 그림”이라고 말한다.
그는 한국 현대미술의 중요한 변곡점마다 앞에 섰다. 26세 때인 1956년, 당시 미술계를 지배하던 국전의 절대적 권위에 도전해 결별을 선언했다. 고답적인 구상이 주류를 이루던 국전에 반발해 그가 선보인 어둡고 파괴적인 추상은 ‘한국 앵포르멜(비구상)의 선구’ ‘한국적 추상’ ‘뜨거운 추상’ 등의 이름을 얻었다. 60년대 말 옵아트, 팝아트 계열의 색채 추상 실험을 잠깐 하다가 70년대 들어 본격적인 ‘묘법’으로 넘어가 오늘에 이른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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