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재 가치를 지닌 저평가된 한국 기업에 추가로 투자할 의사가 있습니다.”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시에서 열리고 있는 버크셔 헤서웨이 주총에서 5일(현지시간) 만난 세계적 주식투자가 워렌 버핏은 요즘 씨티은행이 발간한 한국기업 분석보고서를 관심 있게 읽고 있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구체적 대상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우리의 투자원칙에 부합하는 기업이 눈에 띄어 구체적인 검토에 들어갔다”고까지 얘기했다.
미국의 전형적 소도시이자 워렌 버핏의 거주지이기도 한 오마하에선 매년 이 무렵 그의 투자회사 버크셔 헤서웨이의 주총이 열린다.
국내외 주주들은 물론,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경제인중의 하나인 워렌 버핏을 보기 위해 수많은 기업인과 애널리스트, 언론인, 학생 등 2만명 이상이 이 곳으로 몰려온다.
워렌 버핏의 절친한 친구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도 자리를 함께 했다. 행사도 다양해 주총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축제를 연상케 한다.
버크셔 헤서웨이 주총을 ‘오마하의 향연’‘자본가들을 위한 우드스톡 페스티벌(60년대 전설적인 록페스티벌)’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버크셔 헤서웨이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고 부채가 없거나 적은 기업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기업 ▦단순한 비즈니스 구조를 가진 기업 등 6가지 조건을 갖춘 기업에 투자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버크셔 헤서웨이는 3월 발표한 ‘2006년 사업 보고서’에서 포스코 주식을 4% 보유하고 있다고 공개했고,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워렌 버핏은 개인적으로 한국 기업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 2004년 포스코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면서 처음으로 씨티뱅크가 발간하는 한국 기업의 분석 보고서를 접했다”면서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한국에는 내재 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기업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증권시장에서 자신의 투자전략을 표방하는 가치투자 붐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사실에 관심을 표명한 뒤 “모든 기업에는 나름의 내재가치가 있으며 장기적으로 기업의 주가는 내재가치에 수렴해가기 마련”이라는 투자의 기본원리를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워렌 버핏은 최근 버크셔 헤서웨이가 미국 이외 지역에 투자한 기업이 이스라엘의 절삭기 제조업체 이스카(ISCAR)였음을 강조하면서 “한국에도 이스카처럼 수출을 주력으로 하면서 안정적으로 성장을 하는 기업이 있다면 시장규모에 관계없이 가치투자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카는 매출의 80%를 이스라엘 이외의 해외 국가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그는 포스코에 대해서도 비교적 상세히 언급했다.
그는 “지금까지 단기적 차익을 목표로 기업 종목을 구입해 본 적이 없다”고 전제한 뒤 “포스코에 대한 투자 역시 철강 비즈니스가 7~8년 사이클을 갖는다는 점과 향후에 달러화 약세가 나타날 것임을 감안해 투자를 결정한 것”이라고 말해 단기수익률 등락에 관계없이 포스코에 대해서도 장기투자 의사를 분명히 했다.
워렌버핏은 미국 정부에 대해 달러화 약세가 도래 할 것임을 지속적 으로 경고 해 왔으며, 여기에 대한 대비책으로 해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그는 “전 세계가 우리의(투자) 레이더 안에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미국의 부동산 경기와 관련,“ 서브프라임모기지(고위험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미국경제 자체를 위협하지는 않겠지만 당분간 이어질 것이며 부동산 경기는 앞으로도 더욱 둔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갈수록 복잡·첨단화 되는 금융 파생 상품에 대해선 “언젠가는 위기가 올 수도있다”면서 강한 우려감을 표시했다.
오마하(네브라스카)=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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