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6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겨냥, “불합리한 주장은 접어야 한다”며 경선 룰 공세를 계속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함께 서울 서초구에 있는 청계산을 찾았다. 최경환 이혜훈 한선교 의원 등 박 전 대표측 의원들도 동행했다. 박 전 대표의 표정은 밝았다. “(이 전 시장측과의 대립으로) 마음이 불편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노상 일어나는 일이라 불편할 것도 없다”고 답했다. 그는 산을 오르내리는 사람들과 반갑게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범여권 상황에 훈수를 두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우리당(한나라당) 얘기하기도 바쁜데 우리당(열린우리당)을 얘기할 수 있느냐”고 농담할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화제가 경선 룰로 옮아가자 태도가 바뀌었다. 잔뜩 서린 독기를 뿜어내듯 거침이 없었다. “몇 번이나 더 경선 룰을 합의해야 하느냐”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박 전 대표는 등반 도중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4일 이 전 시장과의 회동 당시 자신이 먼저 경선 룰 얘기를 꺼낸 배경을 설명했다. 당이 흔들리는 근본 원인이 경선 룰에 있다고 봤다는 것이다. 그는 “당 대표 시절 홍준표 의원이 혁신안을 만들 때, 혁신안이 당 운영위를 통과할 때, 최근 경선 시기를 8월로 늦추고 선거인단을 20만 명으로 늘리기로 합의했을 때 등 이미 세 차례에 걸쳐 양보했다”며 “이제 더 이상 원칙을 바꿔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박 전 대표는 “하나를 알면 열을 알 수 있다”며 “이렇게 원칙 없이 흔들려서야 집권을 해도 원칙이 통하는 나라를 만들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경선 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이 전 시장측과 어떠한 논의도 하지 않을 거냐”고 묻자 직접적은 답은 하지 않은 채 “나에게 묻지 말라. 내 주장에 불합리한 부분이 없다면 (다른) 불합리한 주장은 접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강재섭 대표의 중재안을 받아들일지에 대해서는 “원칙을 훼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미 합의된 내용에 손을 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압박인 셈이다.
박 전 대표는 “만약 어떤 사람이 뒤늦게 경선에 들어와 ‘이것이 마음에 안 드니까 고쳐 달라’고 하면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며 “이렇게 자주 바꿀 것이라면 나중에 대선 후보들이 만들면 되지, 애초 혁신안이나 경선 룰을 왜 만들었느냐”고 잠시 격앙되기도 했다. 시종 이 전 시장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묻어났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