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중ㆍ일 3국 재무장관이 지난 주말 일본 교토에서 만나 미국경제의 둔화와 금융시장 변동성 등 잠재적 위험요인에 대처하는 정책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한 것은 의미가 크다.
어제 개막된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에 앞서 회동한 이들은 특히 외환위기가 발생할 때 역내 국가가 서로 자금을 지원키로 한 '치앙마이 구상(CMI)'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며, 보다 발전된 체제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평가했다.
CMI는 2000년 태국 치앙마이에서 '아세안+3' 재무장관들이 체결한 협약으로, 양자간 통화교환계약(BSA)을 맺어 외환위기를 겪을 때 서로 자금을 빌려주자는 내용이다.
따라서 이를 발전시킨다는 것은 3국간 BSA 총액의 확대와 함께 역내 13개국 간의 다자협정 체제로 전환하자는 뜻으로 읽힌다. 3국 재무장관들이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1990년대 말부터 제기돼온 '아시아판 국제통화기금(IMF)', 즉 AMF 창설작업이 한층 속도를 낼 것이라는 해석은 이런 배경에서다.
아시아권은 최근 5년 새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하며 북미와 유럽에 버금가는 세계경제의 큰 축을 형성했으나 대내외 금융 운영 및 관리의 노하우와 시스템은 상대적 후진성을 면치 못했다.
그 결과 작은 불안요인만 생겨도 역내 금융시장은 요동치기 일쑤였고, 구미 선진국 위주의 IMF 체제에 소방수 역할을 의탁해왔다.
그러나 전 세계 외환보유액 상위 10개국 중 7개국이 몰려 있을 정도의 위상을 갖춘 지금은 공존의 신뢰관계 구축과 외환의 효율적 운용을 위해서라도 자체 금융안정기구를 본격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크다.
일본이 한때 '미야자와 구상'으로 AMF 창설을 주도하려다 좌절된 경우에서 보듯, 역내 국가들의 정치ㆍ경제적 이질성을 극복하고 주도국의 리더십을 구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중ㆍ일의 역내 영향력 확대를 꺼리는 미국 등의 경계심도 장벽이다. 그런 만큼 역내 국가의 이해관계를 잘 반영하면서 전세계적 관점을 놓치지 않는 전략적 사고가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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