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집이 만들어지지 못하게 하는 한이 있더라도 일본해로 단독 표기되는 것은 막겠다."
7~11일 모나코에서 열리는 국제수로기구(IHO) 총회에 임하는 우리 정부 대표의 각오는 비장하다. 일제 강점기였던 1929년 이후 80년 가까이 잃어버린 이름 '동해'를 찾아올 수 있는 기회가 5년 만에 다시 돌아왔기 때문이다.
IHO는 이번 총회에서 한ㆍ일 양국 간 표기 분쟁으로 발간이 보류되고 있는 해도집 <해양과 바다의 경계> (S23) 4차 개정판 발간 문제를 논의한다. IHO는 29년 동해를 일본해로 첫 공식표기 했으며, 53년 발간된 S23 3차 개정판에서도 일본해를 그대로 유지했다. 해양과>
직전의 2002년 총회에서 우리 정부는 일본해ㆍ동해 병기를 요구하면서 "그렇게 안 될 경우 일본해 표기를 아예 삭제한 채 개정판을 발간하자"고 주장했다. 이어 회원국 표결이 시작됐으나 일본의 압력으로 한달 만에 중단됐다.
이번 총회는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총회 직전 IHO사무국은 "지난 5년 간 한ㆍ일 간 협의에서 중요한 결과가 없으니 회원국들의 조언을 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회원국 상당수는 개정판 발행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다. 때문에 동해 표기 문제는 표결에 붙여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일본은 한ㆍ일 간 다른 합의가 있을 때까지 일본해 표기를 그대로 두는 방안을 표결로 밀어붙이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회원국 가운데서도 "한ㆍ일이 타협점을 찾지 않는 한 기존의 일본해 단독 표기를 인정하자"는 나라가 다수다.
반면 우리 정부는 동해와 일본해 병기가 타당하다는 것을 회원국들에 적극 주장하며 최악의 경우 지도 발간을 실력으로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표결로 갈 경우 대다수 국가들의 기권을 유도해 S23 4차 개정판 발간을 막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표결이 저지된다면 IHO는 한일 양국에 1, 2년 시한을 주고 합의를 도출하도록 할 수도 있고, 아예 5년 뒤 열리는 다음 총회까지 4차 개정판 발간을 연기할 수도 있다.
이번 총회의 주 목적은 사무국 확대 및 개편 문제이다. 따라서 동해 표기 문제는 다음 총회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니시다 히데오(西田英男) 일본수로협회 전무이사가 이번 총회에서 교체되는 IHO사무국 이사진 3명 가운데 한 명이 된다면 향후 동해 표기 추진에 큰 장애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당국자는 "선거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후보의 개인 성향이 매우 중요하다는 기본 입장을 갖고 후보 선발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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