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반석 LG화학 사장은 장수 CEO다.
2001년 LG석유화학 대표이사, 2005년 LG대산유화 사장에 이어 2006년 LG화학 사장을 맡았으니 벌써 CEO만 7년째다.
우리나라 대기업 CEO의 평균 수명(매출액 2조원 이상 기업 기준, LG경제연구원 조사)이 2.3년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며 꽤 ‘롱 런’하고 있는 셈이다.
김 사장은 CEO의 자질과 덕목, 자세에 대해 몇 가지를 강조했다. 하나같이 통념을 깨는 ‘역발상 경영론’이다.
첫째, 가능한 한 보고를 받지 말라. 실제로 김 사장은 최근 3개월간 결재한 건수가 10건도 안 된다. 김 사장은 취임 직후 전 부서에 “문제가 있을 때만 찾아와서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보고를 위한 보고’를 없애야만 실행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게 김 사장의 생각. 그는 “사장이 해야 할 일은 어디에서 문제가 생기고 있는 지 빨리 파악한 뒤 이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형식적인 보고만 계속 받다 보면 정작 문제가 무엇인 지 파악하지 못하거나 큰 문제는 아예 보고가 안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둘째, 일찍 퇴근하라. 김 사장은 매일 오후5시30분만 되면 회사 문을 나선다. 저녁 약속에 늦지 않기 위해서기도 하지만, 직원들이 눈치보지 않고 퇴근할 수 있도록 먼저 자리를 비우는 배려의 측면이 더 크다.
김 사장이 직원들의 ‘조기 퇴근’을 독려하고 있는 것은 직장인들에게 퇴근이란 배터리 충전과 같다고 보기 때문. 배터리는 미리 충전을 해 줘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고 갑자기 전원이 나가는 것도 막을 수 있다.
반면 완전 방전되면 아예 쓰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김 사장은 “사람도 배터리와 같아서 빨리 퇴근해 완전 방전되기 전에 미리 미리 충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셋째, 벤치마킹하지 말라. 김 사장은 “공부 못 하는 학생이 공부 잘 하는 학생을 그대로 따라 한다고 금방 공부를 잘할 수 있느냐”며 “벤치마킹은 대부분의 경우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벤치마킹보다는 집중력을 키울 것을 강조했다. 김 사장은 “공부를 잘 하려면 무엇보다 집중력이 필요하다”며 “사장은 가장 많은 정보를 갖고 있고 회사의 모든 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 만큼 시장과 고객의 숨겨진 요구를 정확히 읽은 뒤 회사의 자원을 이곳에 집중시켜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사업이 어려운 것은 시장과 고객의 마음을 읽는 데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경쟁사보다는 고객에게 집중할 것을 조언했다.
넷째, 컨설팅을 믿지 말라. LG화학은 지난해 1만500명 전 사원의 토론을 거쳐 비전을 새로 만들었다. ‘액자 속 비전’이 아니라, 전 직원이 체화할 수 있는 비전이 되기 위해 김 사장은 컨설팅회사에 맡기는 대신 일부러 3개월여 동안 전 직원과 씨름하며 새 비전을 도출했다.
이 때문에 이젠 LG화학 직원 누구의 옆구리를 꾹 찔러도 비전이 입에서 술술 나올 정도다.
물론 ‘김반석식 CEO론’이 모든 경영자에게 통하진 않을 수도 있다. 그는 “말하고 난 뒤 행동이 따르지 못하거나 약속을 한 뒤 지키지 못하는 것을 가장 두려워 한다”며 “CEO로 오래 살아 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거짓말을 안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LG화학은 김 사장의 이런 역발상 경영속에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8% 증가한 2조 3,807억원, 영업이익은 무려 93.4% 늘어난 1,269억원을 기록했다.
◇ 김반석 LG화학 사장
◆ 주요 약력
1949년 서울 생
1968년 경기고 졸업
1976년 서울대 화학공학과 졸업
1985년 LG화학 신규사업 부장
1990년 하버드비즈니스스쿨 연수
1994년 LG화학 폴리에틸렌 공장장(상무)
2001년 LG석유화학 대표이사
2005년 LG대산유화 대표이사
2006년 LG화학 대표이사
취미 : 단전호흡
경영철학 : 사람이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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