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탄수화물로 바꾸어 축적한다. 이 탄수화물에서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시작된다. 먹이사슬은 결국 에너지순환의 과정이고, 탄소가 영양소의 주원료라는 점에서는 탄소순환 과정이다.
식물→초식동물→육식동물에게 옮겨진 탄소는 미생물의 생체 분해를 통해 다시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 형태로 방출된다. 다른 형태의 탄소순환도 있다. 산호는 바닷물 속의 이산화탄소를 포착해 탄산칼슘 보호막을 만들고, 나중에 석회석이 된다. 식물이 붙잡은 탄소가 광물질로 바뀌어 고정된 화석연료도 있다.
■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된 이산화탄소는 탄소의 산화물이다. 따라서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가 영양소를 태울 때, 숲이 불탈 때, 화석 연료를 태울 때, 미생물이 유기체를 분해할 때 등 다양한 산화과정에서 발생한다.
이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식물이나 바닷물에 흡수되는 양보다 많으면 자연히 대기 중 이산화탄소 평형은 깨어진다.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의 잇따른 온난화 경고에서 보듯 산업혁명 이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눈에 띄게 높아졌고, 극적 조치가 없는 한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전개되고 있으나 뚜렷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언뜻 반가운 소식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꾸로다. 대표적인 것이 바이오디젤이다. 브라질이 사탕수수에서 대량의 에탄올을 얻고,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는 야자유에서 대체연료를 얻으려 애쓰고, 대규모 대두ㆍ유채 재배 노력도 잇따른다.
청정연료를 얻는 의미야 있겠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생각하면 오히려 문제를 심각하게 만든다. 숲과 농경지는 탄소축적 측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무성한 숲이 농경지로 바뀌는 순간 삼림의 임목에 가득 저장됐던 탄소는 어떤 경과로든 이산화탄소로 배출된다.
■ 그나마 반가운 것은 한국과 미국, 일본 등 5개국이 이산화탄소를 거의 내보내지 않는 신형 석탄화력발전소를 개발한다는 소식이다. 발전설비 자체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20%나 줄이는 데다,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액화해 지하 저장고에 가두는 설비를 갖춘다.
전세계 석탄화력발전소를 이런 형태로 바꾸기만 해도 이산화탄소 총 배출량을 25%나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바다를 비롯한 자연의 탄소 저장 능력을 보완하려는 인위적 탄소 저장법이다. 과학기술문명이 초래한 위기는 결국 과학기술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숙명이 느껴지기도 한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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