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김철훈의 곤니치와] 일본인 사로잡은 '손수건 왕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김철훈의 곤니치와] 일본인 사로잡은 '손수건 왕자'

입력
2007.05.06 23:34
0 0

지난해 혜성처럼 등장한 야구 청년이 일본 사람들의 마음을 단단히 사로잡고 있다.

‘항카치오지’(손수건왕자)로 불리는 사이토 유키(齊藤佑樹ㆍ18ㆍ와세다대 1년ㆍ사진). 모성애를 자극하는 깔끔한 용모, 겸손함과 냉정함이 베어있는 쿨한 태도, 게다가 며칠을 계속 던져도 지칠 줄 모르는 강철 같은 어깨와 체력이 매력포인트다.

지금 일본은 가히 ‘항카치오지 신드롬’ 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람들이 그에게 흠뻑 빠져 있다. 일본이 낳은 야구 수퍼스타인 미국 메이저리그의 마쓰이 히데키(松井秀喜ㆍ32ㆍ양키즈)와 스즈키 이치로(32ㆍ마리너즈) 등도 한번 만나보고 싶은 ‘매력적인 아이’라고 러브콜을 보냈을 정도다. 지난달 29일 도쿄 진구(神宮)구장에서 열린 대학야구대회에는 ‘항카치오지’가 투수로 등판할지 모른다는 소문 때문에 2만8,000명의 관중이 몰렸다. 일본의 대학야구 대회에 2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인 것은 1990년 결승전(2만5,000명) 이후 17년만의 일이다.

영웅 탄생은 지난해 8월 20일 고시엔(甲子園) 고교야구 결승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와세다(早稻田)실업고의 에이스였던 사이토는 전통의 강호인 고마다이도마코마이고와 15회까지 가는 혈투를 펼쳤지만 1-1로 결국 승부를 내지 못했다. 이날 178개의 공을 던진 그는 고시엔 결승전 사상 37년만에 다시 벌어진 다음날 재시합에서 또다시 완투해 4-3으로 승리하는 전설을 남겼다. 결승에 진출하기 전에 치룬 5게임에도 모두 등판해 4게임을 완투한 그는 대회 내내 신들린듯한 호투로 야구팬들을 감동시켰다.

‘항카치오지’라는 별명은 그가 경기중 손수건으로 땀을 닦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되면서 붙여진 것이다. 어머니에게 받은 손수건으로 다소곳하게 얼굴을 닦는 모습에서 단정한 왕자님을 떠올린 것이다. 경기 중 어떠한 위기가 닥쳐도 흔들리지 않았던 그는 우승 후 눈물을 흘려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그의 인기는 고교 졸업후 진로를 와세다대로 택하면서 더욱 올라갔다. 그는 “야구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대학) 4년간을 통해 더욱 레벨 업이 되도록, 또한 여러 방면에서 여러 사람에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살아가겠다”는 말을 남겼다. 그는 프로와 대학의 선택을 놓고 고민했지만 “야구밖에 할 줄 모르는 바보가 되지 말라”는 부모의 조언을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만화주인공보다 더 멋있는 상쾌한 청년 사이토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일본 사회의 스타 만들기 문화에 감탄하게 된다. ‘항카치왕자’ 사이토는 탄생은 언론의 스타 만들기가 없으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신문 방송이 멋지게 편집해서 전하는 ‘항카치왕자’를 보고 감동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덕분에 사이토는 천문학적 숫자의 경제적 가치를 지닌 국민적 우상이 됐고, 그에 수반되는 경제적 결실은 일본 사회가 향유할 수 있게 됐다. 야구 뿐만이 아니다. 일본 사람들은 모든 분야에서 스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가 우쭐했던 한류 붐도 결국 일본의 스타 만들기의 산물이다. 경제적으로 한류 덕을 가장 많이 본 사람은 스타 본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일본측이라는 점이 시사적이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